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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인 Z Feb 19. 2021

예쁜 그릇이 좋아요

한 끼를 먹더라도 소중하게

자취생이라고 부르기엔 이제 나이가 차오를대로 올라 1인 가구라고 부르기로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 무슨 그릇이 그렇게 많이 필요해?

맞다.

그렇다고 예쁜 그릇에 못 먹을 이윤 없진 않은가?


결혼한 친구들은 통과의례처럼 신혼집 밥상이라며

세트로 반짝이는 예쁜 그릇에 차려놓은 음식들을 SNS에 올렸다.


나도 예쁘게 차려 놓고 먹고 싶었다.


맛의 대부분은 시각에서 온다는 과학적 논거를 들이대기 전에

그릇을 맘 편히 사기 위해서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게 더 우습지 않을까?

어쩐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을 '미생'으로 치부하며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삶인 마냥 다루는 게 영 못마땅하다.

혼밥이라고 대충 차려 먹으며 스스로를 대충 취급하는 것도 싫었다.


나도 한때는 열폭해서 결혼한 친구들의 팔로우를 대거 끊은 적이 있다.


구매력 있고, 집에서 요리도 자주 하고, 맛있게 먹고 싶으니

그냥 예쁜 그릇을 사면 되는 거였는데

나도 참 못났었다.


자취생이니까 대충 구색만 맞추고 살다가

결혼할 때 다시 다 구매해라고 말하는 것도 영 개운하지 못하다.


몇 억이 넘는 집을 혼자서 마련하지 못하면 능력이 없다고 치부되는 것도 이상하고,  

신혼살림장만이라고 부르며 모든 걸 새 걸로 구매해서 채우지 않으면

혼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지금의  20-30대가 월급만으로 집 값을 마련하는 게 정말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혼수용품이라는 게 정말 다 필요한 게 맞을까?

비혼주의자를 논외로 하고 많은 이들이 결혼을 뒤로 미루는 현상에는

결혼에 요구되는 높은 비용으로 인한 부담감이

저변에 깔려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리고 취향도 많은 돈지랄의 끝에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도 모른 채 신혼 초기에 샀던 가구와 물건들을

다시 다 바꾸고 싶어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예쁨의 기준은 각자 다르니

무조건 고가의 그릇을 사라는 말은 아니다.

뭐가 필요한지 모른 채 한 번에 다 구비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내 경우에는 환경 이슈를 떠나서 플라스틱이 주는 알록달록함이 맘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금방 흠집이 나서 볼품이 없어지는 게 영 별로였다.

그래서 관리가 필요하지만 오래될수록 멋있는 나무 소재나

스테인리스 소재로 구비를 하였다.  

처음에 이런 기준으로 물건을 구매하면서

높은 초기 비용으로 인해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그러다 이건 평생 쓸 거니까 괜찮아라고 합리화를 했었는데,

자취 경력이 10년을 넘어가며 버린 것 없이 잘 쓰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새로 배우는 요리에 맞춰서 하나씩 구매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다.  


누군가는 나무나 스테인리스 제품 하나를 구매하는 비용으로

코팅 팬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할 수 있으니

평생을 바꿔 써도 오히려 더 이득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쓰레기 처리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으니

올바른 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장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더라도

세금으로 비용 처리가 된다.


기성세대의 바람보다 자본주의는 더 영악해서

올 스테인리스 처리된 제품은

다가구 소비자를 위한 물품인 경우가 많고

사이즈가 크고 비싸다.

한쪽에선 1인 가구를 위한 삶을 응원한다며

온갖 물건을 내 앞에 들이미는데,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디자인마저 훌륭한 토스트기는

간단한 오븐 요리도 가능하다지만

제대로 베이킹을 하기 위해선 어림없는 크기다.   

그 가격이면 그냥 오븐을 사는 게 맞다.

하지만 큰 오븐의 덩치가 부담스러워 자꾸만 망설여졌다.


잠깐.. 나 마케팅에 놀아난 건가?

식빵도 만들 수 있는 오븐의 크기가 커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아.. 이쯤에서 타협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따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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