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직스쿨 김영학 Jul 13. 2023

김코치의 상담실 #12. 열심히 하지 마세요

무턱대고 열심히 하는 건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이 글은 상담을 업으로 삼을 생각이 전혀 없던 이가, 우연히 코칭 상담을 업으로 갖게 되고 7년여간 무료 상담을 하며 경험한 여러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제 기억에만 의존한 글이라, 약간의 허구 또는 MSG가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열심히'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미생 초반부 장그래에 대사에서 나오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오 과장은 "열심히 말고, 잘해야 한다."라고 합니다. 

이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보통 '열심히'하라고 권한다. 

아니, 그보다는 '잘하라'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열심히'라는 말은 다소 위압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열심(태우다-熱, 마음-心)'은 내 마음을 태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태워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다. 그럼, "내 마음을 태워서 해왔던 일이 있던가, 있다면 얼마나 그런 일이 많은가, 그래서, 결과가 좋았는가?" 참고로 '열심히'에 대한 질문은 면접에서 물어보기 전에 먼저 열심히 하겠다고 했던 이들에게 건넨 '나만의 질문'이다.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하거나, 진심을 담아 그 열심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답변하는 이들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믿지 않는다. 


회사에서 '나 열심히 하고 있어요'를 무엇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과연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만, '마음을 태우고 있음'을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이 알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회사의 그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 점심도 거르고 그 시간에도 열심히 일을 하는 것, 주어진 업무를 비교적 이른 시간에 완수하는 것을 포함하여 전보다 점차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마도 이 정도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내가 하는 일에 내 마음이 타고 있어요"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과거에는 그런 편이었다. '열심 = 근면 성실'이었으니까. 

근면과 성실이 가장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곧 나의 열심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물론, (일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신입이라면 조금은 해당될 수 있다. 그 외의 사람들은 해당 사항 없다. '열심히'가 아니라, 주어진 일을 '잘해야' 한다. 


열심히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열심의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희생과 헌신을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의 마음을 태워 남을 돕거나, 남을 위해 희생 및 헌신하거나 하는 등의 태도를 지닌 이들은 강력한 소명 의식이 있거나, 그러한 태도를 요하는 일을 오래도록 해왔던 이들에게 보이는 모습이다. 당연히 그 태도는 신념에서 우러나온다. 시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반면에,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말한다. 또한, 확인받고, 인정받기 위하여 말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열심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치고 진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일을 통해 만나는 분들에게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마치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에게 해야 하는 말 같다. 해야 하는 일을 함께 정하고, 그 일을 기한 내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수준과 내용으로 채우면 된다. 그걸로 계속해서 일은 이어지고, 또 다른 일이 파생되며, 점차 일이 되어간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이 되어간다'에 초점을 맞춰 내가 1) 꼭 해야 하는, 2)하면 고객, 팀원, 나에게 좋은, 3) 미리 해놓으면 괜찮은 일을 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혼자서만)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 

많이들 해야 하는 일(업무)의 시작과 끝을 마음대로 정하고, 그 일을 기한 내에 (내가) 끝내기 위하여 일을 한다. 그렇게 일을 하는 과정 중에 꼭 있어야 하는 소통은 간소화되거나, 생략된다.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일(업무)은 당연히 높은 완성도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혼자만의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한 요즘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정말 해야 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조직 전체의 시간과 인력 낭비 그리고, 타이밍 마저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렇게 놓친 (일을 해야 하는, 적절히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완성도를 보고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타이밍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자칫 회사의 명운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하다. 


잘하는 것의 핵심은 잘 되는 것에 있다. 

만약, "잘되기 위해(우리의 목표를 꾸준히 달성해 나가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라고 하면 일부 말이 될 수는 있다. 왜냐하면, 나 혼자만의 목표 또는 내가 잘 되는 것에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부터 잘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건 열심히 해야 한다. 열심히 고객을 위해, 열심히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오해는 줄이고 이해는 높이는 소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모두 엮어 함께 진심을 다하는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잘될 수 있다. 


정리하면, 열심의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내 마음이 '무엇에서 의해 어디를 향해 타고 있는지'를 말해야 한다. 

다짜고짜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공감하신다면, #팔로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코치의 상담실 #11. 경제적 자유가 필요하다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