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직스쿨 김영학 Jul 05. 2023

김코치의 상담실 #10.언제까지 직장인일 수 있을까

보통의 직장인으로 롱런, 그게 가장 어렵다는 것 아세요? 



"영원토록 직장인이고 싶어요"


여러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는 말이다. 1) 지금처럼 무탈하게 직장생활(경제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고, 2) 지금까지와 비슷하게 앞으로도 생활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노력하겠다는 말이기도 하고, 3) 조직의 무임 승차자인 것처럼 있으면 있는 듯, 없으면 없는 듯이 적당한 책임을 갖고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저 문장에서 풍겨지는 뉘앙스는 1), 2), 3) 중에 어디에 가까운가?


직장인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규칙적으로 직장 다니면서 급료를 받아 생활하 사람(다음 사전)"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규칙은 회사가 정한 규칙이다. 계약할 때 그 규칙을 숙지하게 된다. 보통은 근무시간과 장소, 거기서 하게 되는 주요 활동(업무)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내가 입사하기도 전에, 정해진 것이라 따라야 한다. 그게 싫으면 직장인으로 살 수 없다. 급료도 회사가 정하기 나름이다. 같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는 모두 다른 급료를 받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걸 정한 것도 내가 아니다. 그러니까, 그걸 정한 회사의 조건을 수용하지 못하면, 다른 회사로 가면 된다. 그런데, 다른 회사라고 다를까. 


이렇게 말하면, 직장인은 회사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에 대해 그게 무엇이든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수용하고 이행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을 해탈한 사람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좋은 것이 좋은 거란다. 또는 지금 하는 일(회사)이 아니면, 다른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기에 기왕이면 지금 하는 일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막상 일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히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잘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고 싶어 한다.


영원토록 직장인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그게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이라는 제한된 신분 때문이다. 이미 직장인이라는 정의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 설명했다.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유일하게 있다면, 직장을 다니는 내 복장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내가 어떤 업계의 직장을 다니는 가에 따라 그들과 다르지 않은 선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만,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으로 계속 존재하려면, 직장인이기 이전에 직업인으로서 바로 서야 한다. 




직장인으로 남기 위해서는 

직업인이 먼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직장인이다. 

대신에 그 직장을 만든 이가 누구이고, 거기서 어떤 일을 누구를 위해 누구와 함께 하고, 이를 위해 최소한 어떤 자격과 역량을 갖추어야 하고,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변해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일을 하더래도 우리는 서로 다른 직장인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직업인이 되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직업인을 사전에서 찾으면,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다음 사전)"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직업은 사전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누가 어떤 직장에 있는가에 따라서가 아니라, 누가 어떤 일을 생계를 위해 일정 기간 이상 해왔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도 '적성과 능력에 따라'라는 조건이 붙는다. 당연히 수년간 해온 일이라면, 그 일에 대한 최소한의 적성과 능력은 갖추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얼마나 전문적이고, 권위를 갖추었는가는 따져볼 문제는 맞지만, 그걸 겨루어봤자 의미도 없고, 겨룬다고 해도 명확한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 조금 더 (명확히, 구체적으로) 드러내면 된다. 일종의 있는 그대로의 자기 전문성에 대한 자기 인정이 필요한 것이다. 


직업(직무) 다음이 직장이다.

내가 오래도록 직장인이고 싶으면, 최소한 직장 내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이 오래도록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걸 무기 삼아 다른 곳에서 가서도 유사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충분히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직장을 오래 다니건,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건 관계없이 일이 나를 성장시키고, 그 일로 내가 성장했다는 것을 꾸준히 이어왔으면 되는 것이다. 


간혹 경우에 따라서는 장인(Artisan)처럼, 한 우물만 파야 되는 일도 있다.

그건 그 사람이 가진 직업이 곧 직장이고, 브랜드가 된다. 참고로 이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남들이 '우와~'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름이 나거나 조직에서 높게 오르면 된다. 그렇게 되기가 과연 쉬울까. 그럼 그렇게 되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아닌 것일까. 그건 아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각자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 특출 날 수 있는 영역을 찾지 못했거나,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뿐이다.  


참고로, 흔히 아는 '사짜 직업'의 대표 격의 의사, 판사, 변호사, 검사 등등도 같은 '사짜'가 아니다. 

단어의 사짜가 모두 다른 사짜이기도 하고 [의사(醫스승師), 판사(判일), 변호사(護선비), 검사(檢조사査)], 같은 직업 내에서 그들이 가진 이력, 경험치, 현재의 위치에 따라서도 위상이 다르다. 여기서 포인트는 '다르다'이지, 누가 더 높다 혹은 낮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나까지 굳이 저런 일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럴수록, 생각하는 직장인의 삶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치를 쌓게 되면, 우리는 그 일에 대한 판단하는 눈을 갖게 된다. 누가 더 잘하는지, 못하는지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경계가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갈 때라고 생각한다. 이때 그 판단은 나뿐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는 모든 이가 나를 보고도 하는 것이다. 만약, 내 일도 제대로 못하고, 그 일로 인해 스스로도, 몸 담고 있는 조직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된다. 그럼, 나는 직장인으로서 삶을 계속 영위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래서, 직업인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직장에서 쌓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그다음에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아 잘 살릴 수 있음을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증명하는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회사에 충실히, 회사가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것이 전부다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물론, 실제 회사에는 회사 말을 잘 듣는 사람만 있지는 않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의 나처럼 일종의 싸움닭도 존재한다. 물론, 그런 이들도 똑같이 직장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일을 한다. 단, 그들은 직장인이기 이전에 자신의 명확한 a) 전문성을 갖고, 이를 b) 지켜내고, 토대로 c) 성장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전문성을 갈고닦으려는 직업인인 것이다. 


직업인으로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해 가는 것이다. 

커리어는 내가 갖고 있는 혹은 갖고 싶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직업을 갖고, 그 직업을 바탕으로 남에 세우거나 내가 세운 직장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꾸준히 말이다. 여기서 핵심은 '꾸준히'다. 과거에도 일했고, 지금도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일을 할 것이다. 최소한의 건강이 받쳐주는 한 말이다. 


따라서, 직업인으로서 오래도록 일하기 위해 우리는 최소한 3가지는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하나. 직업인으로서, 내 직업에 대한 올바른 자기 정의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것도 나만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두울. 내 직업의 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생활 속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탐색하고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나'라는 생각을 갖고, 꾸준히 담금질을 해가는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세엣. 위의 실행 과정 중 끊임없이 수정해 가는 것이다.

역시 핵심은 피드백이다. 그 피드백을 통해 수정, 보완하며 더 나아진 모습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수십만 가지 직업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직업 중에 하나일 뿐이고, 그 직업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직업의 타이틀, 책임과 역할, 수행하는 과정 중에 했던 업무, 그 직업을 수행한 직장이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 결정권을 직장에게 맡기는 순간, 내 직업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코치의 상담실 #9. 꿈, 없어도 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