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ide - 어떤 직장, 어느 자리든 출발과 도착은 고객입니다
사업은 고객을 위해 만들어지고, 점차 고객에 맞춰 만들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막상 업무 현장에서는 고객이라는 말만 할 뿐, 가장 고객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단정 짓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사업(성장)을 위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러나, 딱히 그 대안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고, 그래서 계속해왔던 대로 하는 중입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우리 회사의 대형 광고판과 마주합니다.
세련된 모델이 웃고 있고, 그 위로 선명하게 적힌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고객의 행복이 우리의 최우선입니다.” 참 멋진 말입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이보다 더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마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은 우리 회사가 고객 한 명 한 명의 삶을 진심으로 고민하는 따뜻한 곳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무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는 순간, 그 근사했던 문구는 신기루처럼 흩어집니다.
모니터를 켜자마자 쏟아지는 화면 속 여러 말들은 아침에 지하철에서 본 광고와는 전혀 다른 지향점(온도)을 보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당장 달성해야 하는 목표(매출, 비용, 이익, 확보해야 하는 고객, 이를 위한 여러 활동 등)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를 눈으로 다시 확인한 이후 갑자기 들려오는 팀장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번 달 매출 목표, 벌써 이만큼이나 미달인데 어떻게 채울 거야?”
“이 재고들, 이번 프로모션으로 무조건 다 털어내야 해. 물량 확보해!”
회의실 벽에 붙은 ‘고객 최우선’이라는 피켓이 무색하게도, 정작 업무 현장의 주인공은 실체 없는 ‘숫자’들입니다. 회의 내내 오가는 대화 중 ‘고객을 이해해기 위한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나 ‘고객의 목소리(VOC)’가 차지하는 비중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보다는 각자가 할당받은 업무상 목표 또는 당장 해야 하는 어떤 업무가 더 중요해집니다. 일을 하는 이유는 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닌, 그 업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 및 성과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고 일단 쫓기듯이 일을 합니다.
문득 이런 서글픈 의문이 생깁니다.
광고 속에서 환하게 웃던 그 행복한 고객은 "지금 우리 사무실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혹시 우리는 고객이 아니라 '숫자'라는 유령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실제 존재하는 고객이 아닌 숫자를 고객으로 믿고, 회사가 원하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숫자가 사업상, 고객의 어떤 부분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한참 뒤로 밀려버린 채 말이죠.
우리는 입버릇처럼 "고객을 사랑한다 혹은 사랑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그 대상이 누구냐고 묻고 구체적인 답변을 달라고 하면, 대답은 늘 모호합니다. 기껏해야 엑셀 시트 속에 갇힌 ‘평균 소득 300만 원대의 30대 남녀’ 같은 숫자의 조합을 꺼내 들 뿐입니다. 그 내용이 왜,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인지,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모릅니다. 내가 정하지는 않았고, 누군가(회사 대표가) 정했고, 그래서 거기에 맞춰 주어진 어떤 업무를 상황에 맞게 해내면 된다고들 합니다. 그럼, 내가 하는 어떤 일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인지)을 갖지 못합니다. 그 결과로 내가 하는 업무와 사업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법을 체득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모두가 겪는 흔한 비극이 시작됩니다. 바로 ‘평균의 함정’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없듯이, 실체가 없는 고객을 위해 가치를 만든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숙제입니다. 믈론, 고객과 연애를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와 거래하려는(이미 거래한 적이 있는) 상대가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갖고 우리와 거래하려는지에 대해서는 알아야 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고객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기업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평균적인 인간’이 존재한다고 믿고, 거기에 맞춰 고객을 설정합니다. 심지어 이러한 조치가 '안전하다'라고 까지 생각합니다. 그게 가장 위험한데 말이죠.
물론, 현실의 사업 구조는 고객 한 명 한 명과의 '관계'를 맺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고 처리'하느냐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그러한 방식으로 해왔고, 다수의 기업이 시장과 고객을 상대로 그렇게 해오고 있으며, 이를 고객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날이 가면 갈수록 높아지는 고객의 기대, 거래의 내용뿐 아니라 거래의 방식까지도 다변화를 원하거나, 나에게 맞춰서 해주면 좋겠다는 바램에 대해서는 사업도 고객도 모두 Win-Win 할 수 있는 대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때 그 답 중에 하나가 CRM(고객 관계 관리)이라고 봅니다.
고객이 되어가는 과정을 고객 경험 경로(Customer Experience Path)로 인식하고, 그 경로에 고객이 남긴 데이터를 따라서, 누가 우리의 고객인지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누가 우리에게 우호적인 고객인지, 그들에게 어떤 옵션을 제공하여 조금 더 확실한 우리 고객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이러한 인식이나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허다합니다. 왜냐하면, 고객이 누구인지, 우리 제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데이터로 추적하기보다는, 오늘 얼마나 팔았고 재고가 얼마나 남아있는 가를 통해 ERP(전사적 자원 관리)적 사고를 그동안 더욱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이 곧 조직 전체를 지배하는 헤게모니로 작용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회사는 고객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판매 시스템’을 돌리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게 뭐 어때서? 또는 그게 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오래된 헤게모니 만으로는 앞으로의 성장을 장담할 수도, 담보도 못합니다. 왜냐하면 결국 그 모습은 마치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오지 않을 고객(감)을 기다리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AI 시대라고들 하지만, 실상은 데이터 기반의 예측이나 개인화된 가치 제안과는 거리가 먼, ‘물량 밀어내기’식 관성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비즈니스의 민낯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 속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아파하는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겉으로는 고객을 외치고, 속으로는 사업, 조직, 일하는 구조가 엇박자를 내고 있게 되면, 마땅히 모든 구성원이 고통을 느끼는 상황이 펼쳐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은 오히려 적당히 안주하려는 이들에게는 좋은 핑계가 되기도 합니다. 반면에 진짜 고통을 느끼는 이들은 자신의 업무를 통해 인정받고,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자신의 일에 대해 올바른 생각과 태도를 가진 인재들’입니다. 이들은 더 잘하고 싶어서 노력합니다. 하지만 구조 자체가 비뚤어져 있다면 노력의 결과는 뻔합니다. 조직과 팀, 개인의 성과에 대한 동상이몽에 대한 증인이자 피해자가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는 고객 중심을 외치지만 정작 고객 페르소나조차 공유되지 않는 조직에서 실무자는 유령과 싸우는 기분을 느낍니다. "이건 고객을 위한 게 아닌데..."라고 느끼면서도, 당장의 판매 실적이라는 단기 성과에 목매는 조직 구조, 일하는 방식과 지향점 때문에 원치 않지는(회사가 요구하는) 일을 실행해야 합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보상입니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진심을 다한 노력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판매 숫자’를 맞춰온 이들에게 더 큰 보상이 돌아가는 것을 목격할 때, 일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은 비로소 깨닫습니다. "이곳은 내가 열정을 쏟을 구조가 아니구나." 그렇게 인재들은 '자발적 무임승차자'가 되거나, 조용히 짐을 싸게 됩니다.
당신의 회사는 지금 ‘사업’ 다운 사업을 하고 있습니까?
사업 구조, 조직 구조, 그리고 일하는 구조. 이 세 가지가 하나의 선으로 목표 고객을 향하여 정렬(Alignment)되어 있지 않다면, 그 회사는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구매자 찾기'만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업 다운 사업은 명확한 타깃 고객이 있고, 그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고유한 가치가 제품(서비스)에 녹아 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의 책임과 보상 체계가 고객의 반응과 직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접근이 다소 이상적일 수 있지만, 이렇게 되고자, 우리는 일을 하는 것이고, 그렇게 목표 시장과 고객에 맞춰진 가치가 고객에 의해 확인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 제품을 사줄 누군가를 불특정 다수 속에서 찾아 헤매는 것은 사업이 아닙니다. 물론 사업 (극) 초기에는 그럴 수 있습니다. 고객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목표한 고객이 바뀔 수 있고, 고객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여러 옵션을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업의 본질입니다.
저는 업무 현장에서 많은 리더와 구성원이 본의 아니게 '구조적 엇박자'를 만들고, 그로 인해 조직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본적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를 통해 글도 쓰고, 그 안에서 workside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도 함께 전달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문제 해결은 특출 난 솔루션이 아니라, 그 솔루션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 주제에 대한 연재는 총 6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이 연재를 통해 비즈니스의 세 가지 기둥(사업 구조, 조직 구조, 일하는 구조)이 어떻게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렬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리더는 이 정렬을 지키기 위해 지독할 정도로 집요해져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를 토대로 현재 다니는 회사가 사업다운 사업을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 그리고 무너진 구조를 다시 세우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싫기만 했던 월요일의 아침 풍경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가의 말]
본 연재는 Workside와 함께 비즈니스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리즈입니다. 조직의 구조적 정렬과 성과 관리에 대한 깊이 있는 솔루션이 궁금하다면, 언제든 우리의 문을 두드려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