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ide - 고객과 거래로 얻은 데이터지만, 말해주는 건 고작..
"팔아야 산다" 예전에 모 드라마 속 장면에 벽 한편에 걸린 구호였습니다. 팔아야만 매출을 낼 수 있었고, 팔 수 있는 대상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끝이 매번 좋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팔았지만, 팔렸지만, 그게 왜 팔렸는지 판 사람 입장에서 산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파는 것이 중요했던 시절에는 누가 왜 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팔았다는 것이 중요할 뿐.
(1편에 이어서)
지하철역 광고판의 '행복한 고객'을 뒤로하고 사무실 자리에 앉은 월요일 아침. 우리는 다시 유령 사냥을 시작합니다. 모니터 가득 채워진 엑셀 시트의 숫자들은 마치 우리에게 "이만큼 팔아야 네가 생존할 수 있어"라고 협박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 수만 개의 숫자 중에서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애써 그러한 접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회의실의 공기는 차갑기만 합니다.
팀장님의 날 선 목소리가 화이트보드에 부딪힙니다.
"어제 매출이 왜 이 모양이야?
지난주 프로모션 효과가 벌써 끝난 거야?"
대시보드에는 화려한 꺾은선 그래프가 춤을 추고, 수치화된 데이터들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가만히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건 고객의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히 '우리'의 독백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데이터가 쌓이는 구조가 "어떤 제품을, 언제, 얼마나 팔았는가, 그래서 얼마의 이익이 남을 것이고, 남은 재고는 얼마나 되는가"를 알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실시간으로 우리 제품이 팔려가는 것을 눈으로 본다고 해도, 그저 팔려가기만을 기도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도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토대로 이전보다, 앞으로 더욱 팔아재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게 내 책임이자 몫이고, 그래야만 내 밥값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왕 하는 노력을 티 나게 하고자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 그 답을 토대로 분석을 하며, 그 결과를 함께 일하는 이들과 나눕니다.
“우리가 (전주 보다) 얼마나 더 팔았는가?”
“지난주보다 매출이 올랐는가, 떨어졌는가? 그 변화의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남은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사은품 얹어주는 것을 포함 어떤 프로모션을 해볼 수 있는가?”
그런데, 이 질문들의 시선은 오직 '내부'만을 향해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팔았는지는 소수점 단위까지 귀신같이 알아내지만, 정작 ‘누가 샀는지’와 ‘왜 샀는지’에 대해서는 마치 침묵 서약이라도 한 듯 입을 닫습니다. 왜냐하면, 데이터 구조가 판매된 결과를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판매 관리를 효과 및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거래는 일어났지만, 거래를 한 상대방(고객)은 모르고, 거래에서 판매를 한 우리의 입장만 정리해 놓고, 이를 토대로 '더 많이 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연애에 비유하자면 지독한 짝사랑, 아니 '스토킹'에 가깝습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나를 만나러 왔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오늘 우리가 몇 시간을 만났는지", "내가 데이트 비용을 얼마나 썼는지"만 기록하며 만족해합니다. 상대는 우리와 '관계'를 맺기 위한 과정을 경험하고 싶어 찾아왔지만, 우리는 그를 그저 '남은 재고를 처리해 줄 대상'으로만 보고 있는 셈입니다. 고객이지만, 고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회의 시간에 그토록 당당하게 말하는 '목표 고객'은 사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에 끼워 맞춘 '허상'일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제품을 개발할 때부터, 어떤 고객, 그들의 문제, 그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 그 의지가 반영된 심연 또는 어떤 행동 등에 대해 구체화하며 시장 및 고객을 학습하는 시간을 대부분 갖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게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바라보고 제품을 만들었고, 운이 좋게도 시장의 일부 고객(구매자)들이 사주면서 허상이지만, 실체가 있는 허상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제품은 이런 기능이 있으니, 30대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사야 해."
이런 엉성한 전제 아래,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평균적인 고객'이라는 가면을 만들어 씌웁니다. 단지 우리 제품 및 서비스가 가진 기능이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접근만 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을 발견할 수 있는 우리만의 정체성, 도달할 수 있는 우리만의 방법을 찾기보다는, 평균의 고객을 두고,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 채 우연히 마주치거나, 더 많은 마주침을 만들려고만 합니다. 그렇게 그들이 나타나 주기를 감나무 아래 입 벌린 사람처럼 기다립니다.
하지만 현실의 고객은 입체적입니다.
누군가는 절박한 필요(문제 해결) 때문에 우리를 찾고, 누군가는 우연히 호기심에 기웃거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말하는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여러 생각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를 경험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건 각자가 가진 각자의 욕구와 욕망 때문이고,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그들의 어떤 욕구와 욕망을 자극한다고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를 느낀 고객이 거래 또는 그와 유사한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짜 '사업 구조'가 탄탄한 곳은 이들에게 똑같은 전단지를 뿌리지 않습니다.
사업구조가 탄탄하다는 것은 (1) 이미 시장 내에서 다수로부터 이해, 인지, 기억되어 있고, (2) 이를 뒷받침할만한 겉으로 드러난 성과와 실적을 갖고 있으며, (3) 수시로 시장 내 여러 사람들로부터 이름이 오르내리며, 이를 토대로 (4)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사업을 말합니다.
고객별로 그들에게 맞춘 '컨시어지(Concierge) 사고'를 합니다.
마치 고급 호텔의 컨시어지가 그동안 겪어온 손님들이 보인 여러 모습, 그들이 우리 호텔에서 겪는 여러 문제적 상황이 있고, 거기에 맞춰 어떤 대응과 대책(어디까지 무료로, 혹은 유료로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구비되어 있는 것을 뜻합니다. 그들은 고객의 표정, 말, 행동만 보고도 빠르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제공할 핵심 가치 위에 고객마다 다른 배려(Option)를 얹어주도록, 그들에게 맞춘 고객화(Customization)를 기본 전략을 채택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 조직의 일하는 구조(조직 문화)가
'고객을 위한 배려'를 귀찮은 일로 여긴다면?
이 부분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새로운 유형의 고객, 그들이 전과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을 흥미롭게 관찰 및 탐구하고, 그들의 경험 경로상의 여러 움직임을 추적하며 그들이 우리가 기대한 바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활동을 루틴으로 혹은 새롭게 해야 할 것인가를 수시로 점검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방향과는 반대로, 우리는 늘 하던 대로 물건을 밀어내고 '평균'이라는 안전한 감옥 속에 안주하고 있으면서도 점차 높아지는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성장해야 한다면요? 이렇게 되면, 사업 구조가 고객과의 관계에 의해 탄탄해지는 것이 아니라, 관성이라는 벽이 두꺼워지며, 의도와는 반대로 빠르게 노쇠해질 수 있습니다.
AI 시대답게, 고객 데이터를 통해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기존의 '거래에 의한 판매 데이터'는 그대로 두되, 이를 고객의 구매 데이터로 치환해서 둘 다 운영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판매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모두 갖고 그 내용에 맞게 적절히 활용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얼만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데이터 구축 및 운영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해봤자 큰 의미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된 이후에는 전보다 손쉽게 누구나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고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우리 고객을 위한, 고객별 맞춤화 된 옵션 등을 우리 형편과 고객의 기대를 모두 고려하여 만들어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업 구조에 적극 반영하고 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 '고객 경험 경로(Customer Experience Path)의 추적'에 있습니다.
이제 단순히 결제 버튼을 누른 순간의 '판매 데이터'만 보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고객이 우리를 어디서 처음 발견했는지, 왜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망설였는지, 마침내 결제했을 때의 마음은 어떠했는지, 구매 이후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낀 여러 생각과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등 전체 경험 과정(Funnel)을 데이터로 읽어낼 수 있게 그 구조를 만들어 고객의 소리(VOC)를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얼마나 샀는가"라는 질문을 "우리가 기대한 반응이 어떤 고객에게서 얼마나 나타나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에 맞춰 제품을 진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객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러한 전략적 움직임이 산업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영화계'까지 이러한 움직임을 자신들의 영화(콘텐츠)에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흥행 3위까지 오른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도, 곧 개봉할 짱구라는 영화도 같은 맥락으로 미리 시사회를 열고, 여기서 나온 여러 의견을 반영하여 마케팅 방식에서도, 실제 콘텐츠 개편 등도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
사업 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엑셀 시트의 칸 이름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비록 작은 변화이긴 하지만, 내가 다루는 시트에 '금액'과 '수량'이라는 차가운 칸 옆에 '구매 후기 - 고객의 의도와 반응'이라는 칸을 만들고 채워보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해도 얼마가 팔렸고, 구매한 이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우리를 샀으며, 그 기대를 충분히 채웠는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가 되는 고객을 수시로 일을 하는 가운데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데이터를 숫자로만 보고 이해하는 DNA를 가진 팀원들에게 "고객의 마음을 읽으라"라고 한들, 그들은 다시 매출 표로 도망쳐서 전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계속 매출을 구걸하며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순간에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 팀(조직)은 지금 고객에게 가는 길을 닦고 있는가, 아니면 리더가 보기 편한 보고서를 만들고 있는가?
Workside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구성원이 사업구조를 만들 수는 없지만, 그들 각자가 일하는 구조가 추후에는 사업 구조를 바꾸게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일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구성원이 가진 공통의 생각이 하나의 공통된 스타일(DNA)을 만들고, 그 결과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기준 혹은 시초가 되는 것은 리더입니다. (리더의 생각과 소신이 우리 기업을 만들었고, 지금의 상태가 되는데 가장 결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그래서, 우리 팀원들이 어떤 '일하는 DNA'를 가지고 있는지, 데이터를 숫자로만 보는지 아니면 그 너머의 가치를 읽어내려는 의지가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무조건 숫자로 보는 게 나쁘다가 아니라, 누군가는 이를 토대로 고객을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마치 내가 무엇을 잘하고, 우리 팀이 어떤 방식으로 머리를 맞댈 때 고객에게 진심 어린 관계를 제안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 우리와 우리 목표 고객에게 맞는 제품과 서비스, 이를 제공하는 방식 모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매출 숫자는 결코 누가 샀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 침묵을 깨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할 때, 비로소 당신의 사업은 '묻지마 판매'가 아닌 '진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의 엑셀 시트에서 고객이라는 가면을 쓴 유령을 쫓아내고, 진짜 고객의 얼굴을 찾기 위한, 그들을 담을 수 있는 사업을 위한 진짜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나의 Work DNA를 분석하고 싶다면?]
데이터 기반의 사업 구조를 실현하는 힘은 결국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지금 바로 여러분과 팀의 DNA를 분석해 보세요.
[작가의 말]
본 연재는 Workside와 함께 비즈니스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 사업 구조를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들의 지도', 제3화: 조직 구조 - 리더가 편한 구조인가, 고객에게 가는 길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