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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스쿨 김영학 Jul 16. 2019

애매한 (비즈니스)말이 사람 잡는다

직장에서 일상의 말(言)로 웃고, 울고, 슬프고, 화가 나는 7가지 이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우리가 쓰는 말의 가치란, 무궁무진 하다는 뜻이다. 특히, 직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늘 쓰는 말이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말들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재미있게도 그 '말' 때문에, 상처를 입고, 오해가 생겨, 갈등이 발생하며, 고달파지고, 결국 조직이 와해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이 쉬지 않는다.

**말(言)의 중요성

옛 조상들은 일어나자마자 어른들께 문안 인사를 "기침하셨습니까?"라고 여쭈었다. '말을 통해 사람들과 기를 나누는 통로'라고 생각하여, 어떤 타 신체기관들 보다 살아가는데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단순히 먹기 위한 '입'으로 보기보다는, 입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보고 다소 엄하게 다루었다.


입을 통해 생각보다 하는 일이 많지만, 그중에 가장 많은 부분이 바로 '말'을 하는 것이다. 말을 하기 위해 목으로, 배로, 머리로 등등. 온몸을 동원하여 말한다. 단, '입'이 그 통로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뿐이다.


우리는 '입'으로 대화한다. 입을 통해 나누고, 즐기고, 또한 정리한다. 그곳이 회사든, 집이든 대화할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한다. 심지어 요즘에는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들과도 각종 SNS 및 게시판 등에서 모바일(손가락)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끊임없이 함께하려 한다. 


우리 삶의 대부분을 '말'이 함께 하고, 그 말로 인해 웃고, 울고, 행복하고, 불행하게 된다. 같은 말이라도 얼마나 멋지고 예쁘게 하는가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이기까지 하다.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




비즈니스는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말(言)에 대한 소홀함


'비즈니스'에서는 더욱 말을 조심해야 한다. 전혀 모르는 이들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데, 최소한의 약속을 대부분 '말'을 통해 하고, 어디로 나아갈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결정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언제 그것들에 대해 쉬지 않고 일일이 언급하고, 정리하는 등의 시간이 있을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말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채 하루가 그냥 흘러간다. 어제 한 이야기가 오늘 생각나지 않는 것은 어제도 오늘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기억해야 할 것이 없으니, 그저 주어진 미션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일을 가지고 논의하면, 이미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저만치 나아간 상태가 된다.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거나, 아님 서로 아웃 오브 안중을 선사하면서 각자의 일을 할 뿐이다. 그것이 지금의 갈등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다시 처음부터라는 리더의 말에 번번이 맥이 빠질 뿐이다.

늘 이렇게 말하는데, 그걸 어떻게 이해하는가 말이다.

조직의 사람들은 각자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한다. 메시지에 메신저의 의도가, 비즈니스적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하는데, 그걸 작위적으로 해석하여 오해를 만들어 갈등을 발생 및 증폭시킨다. 그래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이해했어요?('말을 못 알아듣는군요'의 뉘앙스)"이다.


위의 말을 서로에게 끊임없이 하는 조직(팀) 치고 건강하게 잘 굴러가는 조직을 본 일이 없다. 그들끼리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그 일로 인해 중요한 선택 및 결정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 그들끼리 나누는 핵심적인 말(단어)들에 대해 정확한 의미부터 나눠야 하지만, 일단 그럴 시간이 없다. 빨리빨리 하라는 위의 지시에 따르느라, 한 두 번 곱씹어볼 타이밍을 늘 놓친다.


어순도, 어법이 국어대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뉴스 속 아나운서처럼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서로 대화를 하는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현업에서 자주 하는 말들의 어원 및 진짜 의미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끼리 하는 말을 서로 정확히 이해해야만 술술 일이 풀린다.
그래서, 신규 입사자 OJT 프로그램에 꼭 만들라고 하는 것이「우리말 '000'」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약어 포함)이 새로 들어온 이에게 낯설 수 있으니, 그들의 빠른 업무 적응을 위해 한 두 번의 교육을 통해 숙지하고, 최소한 '이해할 수 있도록'하라는 의미이다. 이것만 해도,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나는 것이 소위 화이트 컬러의 업무이다. 그것의 형태가 소리든지, 활자든지 관계없다. 정확하게 알고 쓰면, 일이 쉬워지고 줄어든다. 심지어 회사 내에서 자주 쓰는 축약어들만이라도 확실하게 정리해서 모두에게 배포한다면 급격하게 갈등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하는 현장에서

자주 하는 말을 정리해보자.

**말(言)의 효용성


우리말이 특정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뱉는 사람에 따라 각자의 이미지와 스펙트럼이 있다. 그만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늘 보이지 않는 벽(Noise)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분명 '아'다르고, '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비즈니스는 극과 극을 달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비즈니스는 우리가 만들지 않았다. 학문적으로, 사회적으로 태생은 유럽발 미국이다. 심지어 바로 미국으로부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강압에 의해 개념과 철학 등이 전파되었고, 이를 몇몇 이들이 직접 사업을 하고, 연구를 하면서 우리의 색이 묻은 것이다. 그리고, 그 색이 여전히 빠지지 않고 우리 현장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주 쓰는 '영업'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도 일본식 표현으로 체화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업은 영어로는 Sales가 아니다. Business이다. 하지만, 대부분 '판매(Sales)'가 전부라고 인식하고 대화한다. 비즈니스의 형태 및 거래 대상 관계없이 Sales가 강화된 측면이 있지만, 모든 영업에 세일즈 행위 자체가 핵심이고, 중심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 말 자체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오해하고 갈등을 조장한다.


둘째, 현장에서는 말이 짧다. 뭐든지 빠르게 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Business Wording은 얼마나 정확하고 간결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늘 Full Version을 사용하기보다는 줄여서 부르거나, 다른 말로 치환하여 짧고 빠르게 표현하는 것을 즐겨한다. 그리고, 그것이 룰 또는 문화처럼 만들어져 있다.

예를 들어, 미생의 에피소드 중에 장백기 강대리의 '말 줄이기 트레이닝'이 있다. 미션의 요지는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대화(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어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고 전하는 것"이다. 이 테스트는 영업 파트의 신입사원으로서 가장 필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할 때 효과ㆍ효율적으로 간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그 방식 자체가 자신들의 일하는 문화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셋째, 쉽게 그리고 자주 쓰는 말도 소홀히 여긴다. 꼭 비즈니스가 아니더라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느 타이밍에 쓰는가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말이다. 그만큼 말을 둘러싼 여러 것들이 그 본질을 흐려놓거나, 방해한다. 그래서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만, 현장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빠르게 빠르게 하는 것이 최대 숙제이자 과제이며, 이를 위해 그냥 달릴 뿐이다.


예를 들어, 목적(Objectives)과 목표(Goal)라는 말이 있다. 두 말은 분명 엄연히 다른 말이다. 하지만, 목적을 목표로, 목표를 목적처럼 쓰면서, 어렸을 때부터 그 말에 대해 갖고 있던 상념 등을 무참히 깨부순다. 또한, 실적(output)고 성과(Performance)가 있다. 두 말도 분명 다른 말이고, 다른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적을 성과처럼 이해하고, 심지어 자주 쓰면서, 위에서 아래로 보이지 않게 강요하게 되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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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현장에서는 속도에 취해 뭐든지 정확하지 않고, 표현이 늘 애매하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그 말을 통해 얻게 되는 스펙트럼도 뉘앙스도 이미지도 제각각이다. 심지어 문서를 가지고 대화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면 보고를 고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내준 문서만 보고서는 이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 말들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OOOO IMC 캠페인의 핵심은 가용한 ATL과 BTL의 조화를 통해, 목표로 한 고객에게 도달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지도 제고 및 판매 제고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임원회의에서 대표이사 왈

이 말을 듣고, 대표이사의 머릿속과 가장 흡사한 실제 그림을 그려오는 사람이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말이다. 리더의 말을 통해 심상까지 파악해야 하니, 피곤할 노릇이다.



다섯째, 말이 또 다른 말을 낳는다. 임원회의에서 나온 저 이야기를 그 일을 실제 담당할 이에게 전달한다. 당연히 전달하는 과정에서 왜곡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접 전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누군가를 통해 대신해서 전하니, 결국 사단이 난다. 일을 그르치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그저 수습하기 바쁘다.



여섯째, 측정 불가한 형용사(수식어)가 너무 많다. 제대로, 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등등 위에서 아래로 내려주는 다소 무거운 수식어들이 너무 많다. 그 수식어를 받아 든 아랫사람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그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이것인지, 저것인지 마냥 찔러보게 된다. 그러다 하나 얻어걸리면 칭찬받는다.



일곱째, 말로 생긴 오해를 말 이외의 것으로 푼다. 대부분의 직장 내 갈등과 오해는 그들이 쓰는 말이 부딪히거나 다른 방향으로 튀어서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한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토론이든 논쟁이든, 최소한 각자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정도는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대충 넘어간다. 덮어두거나, 술 마시고 푸는 등으로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크게) 터진다.




말에는 뜻과 의도가 담겨있다.
**소통이란

   말 또는 말하는 이의

   생각과 의도, 명분 서로 나누기

   단순히 '전달'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열심히 뛰어도 모자랄 판국에, 대화 할 틈이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여차하면 다들 다른 방향으로 뛸 준비를 하고 있고, 그 징후로 소위 말해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수방관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주 하는 말에 대한 논리적ㆍ감정적 공감대(Sympathy + Empathy)를 갖기 위해, 우리 사업의 중요한 '말(단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말의 뜻을 알고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말의 어원과 상황에 따라 어떻게 이해되고 쓰여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쓸 수 있도록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안되면, 조직에서 별도 부서라도 만들어서 운용해야 한다. 조직은 말 그대로 유기체이다. 당연히 각 기능(팀)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을 서로 흐르고 관통하는 말부터 통일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를 조직 내의 사람들과 실제 거래에 참여하는 고객들에게까지 전파해야 한다.


단순히 정확한 뜻의 말을 전파하고, 함께 쓰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찰떡같이 말하면, 콩떡같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로 인해 의도가 분명히 전달되도록, 명분에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업무 성과가 나타난다. 일처리가 빨라지고 간결해지며, 비즈니스(업무) 시스템 속도가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현업에서 일 처리하기에 바빠서, 고객을 상대할 시간도 부족해서, 갖가지 핑계로 우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다. 심지어, 그로 인해 조직이 망가져간다. 이걸 지금까지 처럼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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