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고 싶고, 돈은 더 벌고 싶고, 하지만 일상은 즐기고 싶고...
워라밸은 '개인의 이해 충돌' 때문에 나타난다. 성장을 위한 '적절한 시간 투자와 노력' 그리고, ' 빨리 일을 끝내고 원하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끊임없이 부딪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둘이 매일같이 싸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다른 놈(?)이 이긴다. 좀처럼 결판이 나질 않는다.
"워라밸을 지키려거든 뭔가를 내려놓자고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최소 8시간은 회사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회사와 약속(계약)을 했고, 그 시간만큼은 준수해야 한다. 이미 연봉 계약서에 사인할 때부터 '포기해버린 최소한의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 것 같으면서, 정해져 있지 않다. 매일 무언가를 바쁘게 하고 있지만, 무언가 계속 '반복'만 하는 것 같다. 마치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끔은 내가 나를 살고 있기보다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는 느낌마저 든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기도 한다. 계약만 만큼의 시간만 '때우면' 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그렇다. 맡은 바 자리마다 역할과 책임이 주어져 있고, 이는 정해진 시간에 할 수 없을 만큼의 업무가 가끔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자칫 스스로가 무능력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발전되면, 자괴감이 밀려온다.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온 힘을 끌어모아 야근'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딴짓'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막을 수 없다. 간헐적으로 떨어지는 여러 일들과, '바쁜 시즌'에 혼자 칼퇴하는 간 큰 행위를 하는 것도 눈치 보이기 때문이다.
분명 '잘 살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마치 일에 잡아먹힌 것 같은 삶이다. 내가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닌데, 과도하게 붙잡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분명 내가 좋아서 택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그만큼 개인적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회사와 계약을 했으니, 맡은 바 업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맞다. 생각해보면 뺏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선택의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거부할 권리도 본인에게 있다. 또한, 잠시 미룰 수도 있고, 양해를 구할 수도 있다. 일을 장악했다면,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주어진 만큼만 일하면서 편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 그 성장이 어떤 방향이든지 늘 원한다. 지금의 일로부터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얻어, 지금 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거나, 혹은 일의 지배력을 높여 개인적 시간을 더욱 많이 확보하든 둘 중에 하나이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둘 사이의 시간적 균형)가 아니다. 그래서, 워라밸을 논하기 이전에 내가 어떤 성장을 취하고 싶은지에 대한 충분한 '생각 확립'이 필요하다.
"지금 내 인생에 있어 어떤 '워라밸'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가?"
근본적인 질문 말이다.
그래서 워라밸의 가치를 새롭게 가질 필요가 있다. 정확히는 내 일의 가치 중심을 적립하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점차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볼 때, 어디에 방점을 찍고 내 삶을 설계하는가에 따라 달려있다.
그 가치만큼 빨리 지금의 일을 장악하여, 더 적은 노력과 에너지로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야근만이라도 줄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장에 스스로 제한을 걸려는 바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의 일을 그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했다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미래가 희박하다. 결국, 이 논리도 '일을 통해 성실과 근면 이외에 충분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가망이 없다.
현재의 모든 선택이 미래를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당장의 일의 성과를 높게 가져가는 것과 함께, 개인 삶의 헌신 속에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는 포석을 늘 염두에 두는 편이다. 자기 성장을 위하 늘 노력하고, 그 결과로 더 나은 곳으로 스스로를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일상 속의 일반적 행복감을 일부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남들이 누리고 사는 주말의 한적함이라든지 인생의 중요한 연애, 결혼 등에 대해 다소 소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일로서는 성공할지 몰라도, 그 이외에서는 또 다른 아픔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결론은 워라밸도 내가 바라는 성장도 모두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기 때문에, 늘 불만이고, 이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기에 답답할 뿐이다. 내가 추구하는 삶도 있고, 회사에서 좋은 평가와 함께, 높은 성과를 만드는 것도 모두를 갖고 싶은데 어쩌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타입이고, 내가 원하는 최소한의 삶의 굴레와 나아가야 하는 방향 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이 여기에 적합한 일과 직장을 결합시켜 당장의 현실 속 만족감과 함께 이를 지속하기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자기 계발 활동과 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레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시간으로만 나누면 Work & Life Balance가 아니다. 오히려 Work & Leisure Balance가 의미상 맞는 표현이 될 것이다. 물론, Leisure를 즐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퇴근 이후의 시간'을 보장해달라고 하는 것이라면, 성장을 위한 자기 계발, 휴식, 사교 등을 미래 가치가 담긴 목적 있는 선택으로 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성장하는 삶을 그리고 있다고 할 때, 삶 속에 일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적합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나의 상황, 환경, 수준 등으로 볼 때, 일로 부터 얻을 수 있는 적합한 성장은 무엇이고, 그것이 더 많은 연봉과 명성 등을 위한 적합한 목표를 위해 매일, 매주, 매월 투자되고 있는지 말이다.
물론, 그렇게 세심하게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면서 사는 이들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일과 관련한 활동을 통해 향후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이상향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지금 그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혹자는 일과 삶을 분리하라고 한다. 하지만,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일하는 시간이 최소 8시간, 출퇴근 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10시간에 육박하는데, 그 시간 동안 '전혀 다른 또 다른 나'로 생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럼 두 가지 인격으로 사는 지킬 앤 미스 하이드 같은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인데, 그게 과연 가능한 삶일지 묻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직장인으로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할지라도, 이를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추천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일과 삶은 분명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Career & Lifetime Relations(Inclusion)라고 한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의 성장 방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으로 최대한 가깝게 가져가, 둘 사이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일터와 일상에서 쉼 없이 추구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마찬가지다.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그 일을 지속할 내적 동기' 없이, 외부적 요인으로 그 일을 지속하는 것만큼 삶을 고단하게 하는 것은 없다. 일을 하는 와중에 느낄 수 없는 만족과 행복이 전혀 없는데,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개인적 경험이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현재의 일을 그만두려는 대부분의 이들'은 일을 시작하고 지속하려는 이유를 일 바깥에서 찾으려고 하다가 찾지 못해서 그만두기 위해 찾아왔다. 이는 일의 잘못 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이들의 그릇된 편견 때문이다. 워라밸에 대한 '자기 정의' 없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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