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위한 연습
그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혹시라도 누군가 자신을 부르지 않을까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방 안은 고요했고, 그 고요함은 그를 점점 더 자기 자신에게로 밀어 넣었다. 그는 이제 이 집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과연 여기에 머물 권리가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
문학 작품에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하지만 작품에 작가의 모든 것이 담겨 있지는 않다. 작가가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로 작품이 완성되는데, 작품이 쓰이기 시작한 시점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과 많은 연관성이 있다. 작가는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선별하여 개별 작품에 담기 마련이다. 물론 작품 속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상황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그나마 점잇기 그림처럼 작가의 작품을 연이어 읽으면 각각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을 조금 더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단편적이고 단순하지 않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으면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주변인들과의 관계와 증언, 자료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 편지, 일기, 일화 등을 읽고 접하면서 어떤 인물의 말과 행동에 담긴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에 그것을 자신의 삶 속으로 가져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지혜를 쌓는 일이다. 비록 행동으로 실천하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되뇌고 믿으며 마음에 새겨 잊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습관이 되도록 지겨우리만치 반복해야 한다. 반복하다 보면 어색함이 익숙함으로 바뀌고, 익숙해지면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어 습관으로 굳는다.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프란츠 카프카가 친구에게 쓴 편지에 기록한 이 말은 단순히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넘어서 깨달음을 위한 독서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이 존재하는 책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한다. 어디 우리에게 깨달음을 안기는 것이 비단 책뿐이랴.
우리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면 삶에 가치를 더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가치가 없거나 가치를 갉아먹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물건이든 어떤 사건이든, 혹은 사람이든. 솔직히 가치의 유무를 가릴 때 어떤 가치가 으뜸이라고 정답처럼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사랑의 온기와 내면의 깊이를 위한 가치는 가장 우선순위에 들지 않을까 싶다. 가치로 포장되어 빛나고 반짝이는 것들 중 삶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는 진짜를 구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순간에도 인간은 고독을 느끼며, 고독은 우리 삶의 일부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마주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고 잠들기 전까지 영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기다림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우리에게 고독한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주는 것은 어떨까?
프란츠 카프카는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삶 대부분이 비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깨달음은 고난과 불행, 불만족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것도 아쉬울 것 없이 만족스러운 삶에서 깨달음은 가장 먼 곳에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삶을 고난과 불행, 불만족으로 내몰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고난의 수행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틈틈이 찾아오는 고독의 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뿐이다.
<프란츠 카프카, 1883-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