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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Sep 12. 2020

서른 시간의 비행

중국을 거쳐 인도로

서른 시간의 비행 : 중국을 거쳐 인도로


아직 비행기도 안 탔는데 뭔 서론이 이렇게 길어진 걸까. 그만큼 다섯 식구가 한번 움직이기 힘들다는 뜻이렸다. 어쨌든 이제 비행기 탑승이다. 첫 번째 글에서 밝혔듯이 이 여행의 시작은 터무니없이 싼 항공료를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중국의 어느 도시 2곳을 경유하는 난생처음 들어 본 항공사. 꽤 많은 종류의 항공사를 타 본 나도 들어본 적 없는 중국의 항공사라니... 뭐 옛날 옛적 구 소련 어느 나라 국내선 항공기에는 닭도 싣고 가고 그랬다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가? 중국도 엄청나게 발전했으니 무슨 일이야 있겠나?  


우리의 스케줄은 이랬다. 인천 - 중국 칭다오 - 중국 쿤밍 - 인도 뉴델리 - 인도 뱅갈루루 . 왕복 30만 원 최저가 항공비에 도취되어 이 스케줄이 가져다 줄 파장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여행 고수들이 알려준 꼭 명심할 것이 있다. 비행기를 갈아탈 때마다 모든 짐을 찾아서 다시 부쳐야 한다는 것. 다섯 식구의 짐을 찾고 다시 부치는 건 꽤 고달픈 일이다. 중2, 초3, 5학년 남매를 둔 오롯이 아빠의 몫이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재빨리 짐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여권과 비행 서류들로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제한된 시간에 이런 고도의 작업을 자율에 맡기고 여유를 부렸다가는  이름 모를 중국 어느 도시 공항에 오갈 때 없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다섯 식구를 발견하게 되리라.


중국의 생소한 항공사의 인도행 비행기, 산의 동쪽에 있는 항공사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비행기가 고속버스보다 훨씬 좁고 불편한 교통수단이다. 이제 비행기에서 자려면 수도유도제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 잘도 자는 너희들이 부럽다~^^


중국 경유 여행을 하면서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중국에서 경유 때마다 짐을 찾은 이유는 공항 내 트랜짓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든 유럽이든 어느 도시 공항을 경유할 때는 공항 안에서만 대기하다가 다른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 굳이 그 나라 이민국을 통과해서 입국 절차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중국은 중국 땅에 발을 디뎠다면 무조건 입국 절차를 해야 한다. 비행기를 그냥 갈아만 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따위는 이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개나 줘버려)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내가 내린 첫 번째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통해 경유 비자인지 뭔지를 받고 중국에 정식으로 들어와야만 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비행기를 타려면 출국 심사를 하고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


우리는 늦은 밤 맥주와 양꼬치로 유명하다는 칭다오에 도착했다. 우리의 비행기가 이 작은 도시에 도착한 마지막 비행기였는지 정신없이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니 심사대의 직원들은 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조명마저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가 갈아타야 하는 비행기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다시 부쳐야 하는 짐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길을 잃고 말았다. 공항의 직원에게 짐 표를 보여주며 영어로 열심히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유창한 중국어뿐... 이 공항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남아있지 않았다. 중국인 직원은 한참만에 우리의 상황을 이해한 듯했지만, 난 중국어를 한마디도 모르고, 그녀는 영어를 한마디도 모른다. 여직원은 공항 공안을 부르더니 우리의 상황을 큰 소리로 설명했다. 남자 공안 둘은 피곤한 일을 맡았다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위압적 손짓을 하며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공항의 내부 통로를 통해 공안을 따라 15분가량 걸어갔다. 그랬더니 새로운 공항 출구가 나왔고 거기에는 애타게 주인을 찾는 우리 여행 가방들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해외 여행의 묘비는 역시 공항 노숙 아니겠는가? 등을 쭉 뻗고 잘 수 있는 막내가 부럽~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마도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일반 입국자와 트랜짓 입국자 통로가 구분되어 있었던 듯하다. 우리가 일반 입국자를 따라 입국 심사를 받고 나오면서 출구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짐을 다시 실고 쿤밍을 거쳐 고대하고 고대하던 인도 땅을 향했다.


아. 중국 경유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중국 국내선 항공기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 중국인들은 국내선 비행기를  때 모두 텀블러를 들고 탄다. 우와!! 환경 보호를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이 중국인들의 의지를 보라!! 앗. 그것이 아니라 따듯한 차를 받으려는 것이었구나. 누군가가 해준 말이 기억났다. 중국인에게 조언을 구하면 답은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따뜻한 차를 마시라라는 것.^^


그리고 중국 국내선에서 각오해야 할 거 한 가지 더. 비행기 타고 단체 여행 가시는 아저씨 아줌마들의 시끌벅적 데시벨은 각오하길 바란다. 뭐.. 우리나라도 관광버스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시절이 있지 않았는가. 대국이니 비행기 안에서 이 정도 데시벨은 애교 아니겠는가? 그런데 날 가운데 두고 통로 양 옆에 계신 단체 관광객 아저씨들... 3시간 넘게 그렇게 할 얘기가 많으시면 다음엔 꼭 자리 바꿔 드릴게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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