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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jay Sep 24. 2020

인도 음식은 고향 음식

인도 음식은 고향 음식


식구(食口), 같이 먹는 사람들을 말한다. 먹 것이 부족했던 오랜 역사 속에서 생겨난 가족을 부르는 다른 말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뭔가가 정말 먹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항상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메뉴를 고르는 것이 참 곤혹스럽다. 그런데 세 아이들은 항상 무엇인가 간절하게 먹고 싶은 것이 있다. 먹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젊다는 증거일까? 아무튼 항상 먹고 싶은 것이 있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한다면, 나 같이 음식 무욕망증인 사람에겐 행운이다. 그 음식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만 않다면...^^


그런 면에서 우리 식구들의 인도 여행은 환상의 궁합이었다. 끊임없이 먹고 싶은 것이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갖 종류의 인도 맛집을 찾는 것은 메뉴를 고르는 것에 비하면 일도 아니다. 이래 봐도 10년 경력으로 뱅갈루루 어디에 어떤 인도 식당의 무슨 메뉴가 맛있는지 정도는 꽤 안다. 그렇게 시작된 인도 음식 싹쓸이 투어는 우리의 인도 여행 목적이 타지마할에서 인도음식으로 바뀌게 했다. 우리의 하루 일정은 이랬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른 세수를 하고 동네 베지터리언 아침 식사 전문 인도 식당을 찾아간다.

 

인도에선 Veg Restaurant가 꽤 음식들이 맛있다는 걸 기억하자.


남인도의 아침 식사는 Non-Vegi(육식) 메뉴보다 Vegi(채식) 메뉴가 훨씬 맛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1인 1 메뉴를 시킨다. 도사(dosa), 이들리(idli), 커드 라이스(curd rice), 와다(Vada), 푸리(puri)... '도사'도 플레인 도사, 맛살라 도사, 페이퍼 도사, 치즈 도사... 아~~ 주 다양하다.


인도에서 남인도 식당을 가게 되면 꼭 도사(Dosa)를 시켜 먹어보시길. 도사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 인도에서는 아침식사 메뉴지만, 점심에도 먹을 순 있다.
왼쪽은 와다(Vada) 오른쪽이 푸리(Puri) 다. Vada라고 '바다'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 꼭 '와다'라고 주문하자.  푸리도 일품인 아침 메뉴이다.

점심 식사 중 단연 으뜸은 '탈리(Tali)'라 불리는 인도식 백반이다. 우리가 살던 까마나할리 탈리 단골 맛집은 '아비루치' 식당. 그리 크지 않은 2층짜리 허름한 상가 2층에 있는데 올라가는 입구도 잘 보이지 않는다. 4년 만에 간 그곳에서 사장과 매니저가 우리를 알아보고 정말 오랜만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잊지 않아 줘서 너무너무 고마웠다. 탈리도 북인도식과 남인도식이 있는데 내 취향에는 남인도식 탈리(South Indian Tali)가 맛있다.


이 집 탈리는 넓은 바나나 잎에 서너 가지 채소 반찬과 종지에 담긴 커리와 소스를 내준다. 내 바나나 잎에 흰쌀밥을 퍼 주면 빠빠드(Papad)를 깨서 뿌리고 손으로 쓱쓱 비벼서 먹는다. 인도에서 제대로 살아 본 사람이라면 '난'이나 '탄두리' 보다 '탈리'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남인도 치킨 까밥(남인도식 치킨 튀김)을 겹들여 먹으면, 아~ 그 맛은 아는 사람만 아는 별미 중의 별미다.

 

인도에서 탈리를 먹어보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 여행을 와서 백반을 안 먹어본 것과 같다.


저녁은 역시 정통 인도식이다. 인도에서 헷갈리지 말아야 하는 영어 단어가 하나 있다. 그것은 '호텔'. 당신이 귀한 손님이라면 인도 친구는 오늘 밤에 호텔에 가자고 할 것이다. 엥? 이게 무슨 소리? 인도 사람들은 고급진 인도식 식당을 호텔이라고 표현한다. 아마도 과거에 고급 식당들이 호텔과 함께 있었기에 누군가가 값비싼 밥을 산다면 호텔에 갔기 때문에 생긴 관용적 표현 이리라. 지금은 고급 식당들이 별도의 건물들에 많이 있는데도 여전히 호텔이라고 부른다. 저녁엔 호텔에서 탄두리와 치킨 맛살라 그리고 버터 난을, 좀 더 용기가 있다면 시금치커리인 '팔락빠니르'를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휴면계좌를 살려서 우리의 여행 경비를 찾기 위해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삼시세끼 고향 음식 먹방뿐이었다.


오른쪽 귀퉁이의 초록색 커리가 보이는가! 팔락이 시금치 빠니르가 코티지치즈를 말한다. 색갈이 저래도 맛은 끝내준다.


페이퍼 도사를 시킬 땐 꼭 동행자를 대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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