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인도 음식, Appam : 아빰하우스
난 음식에 대한 욕망이 남들보다는 좀 적다. 뭘 먹어도 괜찮다. 그런 내가 꼭 인도에 가면 먹고 오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있다. 그건 남인도 케랄라(Kerala) 음식인 아빰(Appam)이다. 케랄라는 인도 서남쪽 끝에 위치한 주(State)이다. 인도에서 가장 처음 친해진 친구가 케랄라 출신이었는데, 내게 많은 케랄라 음식을 소개해 줬다. 그중 단연 아빰은 내 최애 남인도 음식이 되었다.
그 친구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아빰 식당을 비밀스럽게 알려줬다. 동네에서 작고 허름한 나만 아는 맛집인데 괜히 유명해져서 사람 많아지고 맛도 변할까 봐 안 알려주는 그런 맛집 말이다. 이름하야 '아빰 하우스'. '하우스'라 멋지게 이름 붙였지만, 테이블도 하나 없고, 건물 계단 밑 자투리 공간에 4구짜리 가스레인지 한 개가 다다. 아침에 집에서 미리 만들어온 커리가 다 팔리면 그날 오전 장사도 끝이다. 저녁 6시까지 기다려야 한다.
8-9년을 단골로 지내며 자주 먹을 땐 일주일에 두 번씩도 먹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주인장 아저씨와 속 깊은 얘기를 많이 나누진 못했지만 우리는 꽤 오랜 단골 친구 사이다. 주인장 아저씨 액면가가 나보다 꽤 형님 같지만 실상은 내가 더 형님이다.^^ 4년 만에 나타난 단골 친구를 너무나 반갑게 반겨주니 이 얼마나 좋지 아니한가.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오랜 단골 친구와 처음으로 남긴 사진 한장
처음엔 맛으로 먹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 사람과의 추억과 정을 기억하며 먹는 것이 음식이 아닐까? 인도의 유명한 그 어떤 음식들 보다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 마음 조리며 찾아가서 4년 만에 먹었던 저 아빰이 나의 최고의 인도음식인 이유 이리라. 오래오래 이 곳에서 아빰 하우스를 해서 다음번에 올 때도 여기서 아빰 한 접시 맛있게 먹을 수 있기를...
[아빰 Appam]
불린 생쌀과 밥을 섞어서 간 가루에 코코넛 밀크와 이스트 녹인 물을 부어 잘 저어서 걸쭉하게 된 반죽을 발효시킨다. 거품이 올라오는 아빰 반죽을 전용 프라이팬인 아빰 '짜티'에 굽는다. 케랄라식 치킨 커리, 생선 커리, 베지터블 스튜 등에 찍어서 먹는다. 후회 없는 최고의 인도 음식이 되리라는 것을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