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끼를 인도음식으로 거나하게 먹었다고 먹고 싶은 것이 더 이상 없다면 그건 우리 식구(食口)가 아니다. 밥을 먹고 나오면 인도 길거리에 파는 후식 정도는 좀 먹어줘야 제대로 인도 여행 아니겠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코코넛 워터다. 길거리 어디에나 쌓아놓고 판다. 코코넛의 끝 귀퉁이를 큰 칼로 사정없이 쳐서 구멍을 만들어 빨대를 꽂아준다. 가격은 어느 동네인지, 당신이 누구인지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다. 대략 20-50 루피(약 300-800원) 정도 한다. 인도에 살 때는 단골집이 있었다. 그러면 주식 시세처럼 바뀌는 가격 변동의 충격 없이 매일 가장 저렴한 고정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
예전 사무실 앞에 있던 단골 코코넛 집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쭉 한번 빨고 가보자~
코코넛 워터를 동남아 관광지에서 처음 마셔 본 한국인들의 첫 반응은 대략 비슷하다. '으읍.. 원래 이렇게 찝찌름한 맛이야?' 엄청 시원하고 달 것이라고 상상했다가 나오는 반응이다. 그런데 사실 나무에서 충분히 익은 코코넛은 정말 달다. 인도에 살 때는 1.5리터 물통을 들고 길거리 단골 코코넛 집에서 한 통 가득 받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마셨다. 그 시원함과 달콤함은 강렬한 인도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오아시스와 같다.
덜 익은 상태로 먹어서 그 진가를 모르는 과일이 하나 더 있다. '파파야(Papaya)'다. 반을 뚝 자르면 안에 별이 있는 재밌는 과일이다. 요즘은 한국의 대형마트에서도 종종 판다. 가격이 어마 무시해서 사 먹을 생각은 못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때가 있다.
근데 파파야만큼 한국 사람들이 먹는 방법을 모르는 과일도 없다. 관광지에서 또는 호기심으로 마트에서 싱싱한 것을 골라 잘라먹었는데, 그 맛은 달지도 않은 것이 무 비슷하기도 하고... 이게 무슨 과일이란 말인가. 파파야를 맛있게 먹으려면 싱싱하고 푸릇푸릇한 것을 고르면 안 된다. 이 과일은 홍시처럼 익혀먹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누렇게 색이 바랜 것을 사야 바로 먹을 수 있다. 잘 익은 파파야의 맛을 뭐라고 설명해 줘야 할까? 음... 아... 별을 먹는 맛이다. ㅋㅋㅋ
지금 바로 먹으려면 누렇게 잘 익은 파파야를 사야 한다. 초록 초록한 파파야는 태국 파파야 샐러드 '쏨땀' 만들 때 쓰자.
세 번째 길거리 과일은 CM송으로 유명한 '구아바'다. 한 때 듣도 보도 못한 이 과일의 이름을 흥얼흥얼 노래하던 때가 있었다. 이랬었지 아마도~ '구아바 구아바 망고를 유혹하네~~' 도대체 왜 구아바가 망고를 유혹하는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여행을 한 1월은 망고 철이 아니기에 망고에게 구아바의 유혹 이유를 물어보진 못했...
인도에서 구아바는 집에 사가서 먹기보다는 길거리 좌판에서 사서 먹는 과일 정도로 인식된다. 아저씨가 칼로 여섯 갈래로 잘라 그 사이에 짭조름한 '맛살라' 가루를 발라주면 하나씩 떼어먹는다. 그 맛이 새콤한 과일과 야채의 중간 어느 지점쯤 되는데, 맛살라를 발라주니 야채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것 참 뭐라고 맛을 설명해야 할지 참 난감한 맛이랄까?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처음 드시는 분이라면 조심조심 씹어야 한다. 꼼꼼히 박혀있는 씨앗을 같이 먹어야 하는데 모르고 우두둑 씹다가 이가 아플 수 있다.
이제 건강한 후식을 맛보았으니 이제 인도 과자와 치명적인 단맛의 후식을 먹으러 가보자.
인도에서 태어난 삼남매는 맛살라 바른 구아바를 무척 좋하한다. 구아바의 온전한 맛을 느껴보기 원한다면 아저씨에게 꼭 '노 맛살라'를 외쳐라!
[맛살라]
맛살라는 인도의 '양념'을 일컫는 통칭이다. 인도 특유의 향신료들의 가루를 배합해서 각종 요리에 사용한다. 향신료 배합에 따라 치킨 요리용 맛살라가 따로 있고, 생선 용 맛살라가 따로 있다. 커리를 만들 때 그 재료에 따라 다른 맛살라를 사용한다. 이 맛살라의 환상적인 조합이 인도 요리의 풍미를 살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