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막천러닝패거리_이우RUN
코로나때문이다. 러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그나마 힘들게 삶의 루틴으로 만든 헬스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2km 만 뛰어도 숨이 턱 끝까지 차고 발바닥이 불이 나도록 아팠다. 그런데 이틀 후엔 3km가 힘들지 않게 뛰어졌다. 그렇게 매일 매일 몸이 단련되어 가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뛸 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숨쉬는 것과 내 다리가 움직이는 것만 집중하다보면 머리의 잡생각들이 사라진다. 겸하여 몸도 좋아지는 효과. 그렇게 몇 번의 중년의 슬럼프와 위기를 넘겼다. 이 좋은 걸 가족과 지인들과 같이하고 싶었는데 같이 뛸 사람이 많진 않았다.
그 무렵 이우학교 학부모 모임이 많아서 같이 러닝크루를 만들고 싶었지만 코로나 집합금지가 더 강화되었고, 모여 뛸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유난히 추웠던 2022년 겨울을 지나며 러닝 습관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겨울잠 자는 곰처럼 먹기만 하고 움츠려 있던 겨우내 몸무게는 4~5키로가 불어났다.
해가 바뀌고 벚꽃 필 무렵에 도쿄 근교의 시골 마을로 출장을 가게됐다. 근처에 아름다운 벚꽃 뚝방길이 있어 달려보고 싶었다. 4~5키로 뛰었을까? 기분은 좋았는데, 무릎과 골반이 아팠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러닝을 시작하려니 통증이 걱정이 됐다. 곰표 팝콘으로 찌운 뱃살을 빼야 달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다이어트와 러닝을 재개했다.
그렇게 여전히 외로이 혼자 달리는 중에 학부모 모임에서 맘 한 분이 자기도 러닝을 해 보고 싶은데 혼자는 시작을 못하겠다는 말을 아내와 하고 있지 않은가!! 얼른 그 말을 호로록 받았다.
"저녁마다 나오시면 같이 뛰어 드릴게요. 단 둘이 뛰기 뭐하니 동네 사시는 같은 반 부모님들도 같이 뛰자고 말해 볼까요?"
기다렸다는듯이 9명이나 부모님들이 모였다. 시간 되는대로 동네 하천 동막천에 모여 저녁 달리기를 시작했다. 함께 달리는 맘빠들이 소문을 내주었고, 학년 전체 밴드에 달리기 모임을 소개했다. 온라인에 올라 온 러닝 이야기를 고1 학년팀장 선생님이 학부모 교육때 이런 도전하는 모임이 이우학교의 가치에 부합하는 모임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그리곤 러닝 모임의 인원이 50명을 넘었다. 동막천에서 뛴다하여 '동막천 러닝 패거리' 일명 '동러패'라 이름도 지었다. 이렇게 된 김에 여름에 열심히 연습해서 가을에 마라톤 대회에 나가자고 제안을 했다. 아무도 대회 참가 경험이 없던 우리에겐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도전이었다.
중1 학부모님들 사이에도 비슷한 시기에 러닝크루 '이우백두러닝클럽'이 생겨나더니 다른 학년들에도 소문이 퍼졌다. 처음엔 15~20명 정도 같이 마라톤 대회 도전 정도 생각했는데 점점 불어났다. 그리곤 이 대회 참가 최대 러닝크루 '이우RUN'이 되었다.
11월4일 밤섬환경마라톤 대회 당일. 도전자 총 59명. 이른 아침 여의도 한강공원 부스엔 응원 차 함께 온 가족들까지 70명이 넘게 북적거렸다. 축제였다. 엄마 아빠의 도전, 아들 딸들의 도전에 기분좋은 흥분이 넘실댔다. 서로 테이핑을 해 주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며 긴장되는 출발을 기다렸다.
인생 첫 마라톤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최선을 다해 달린 엄마 아빠들, 아들 딸들 모두에겐 그들만의 스토리가 쓰여졌다. 모두가 도전에 성공한 뿌듯함인지 숨차게 달려 온 10km 때문인지 붉게 상기 된 얼굴로 서로의 성취를 축하했다. 완주 메달을 금메달인양 깨물어도 보고, 오늘 아니면 언제 달아 보겠냐며 목에 의기양양 달고 서로에게 뻑기며 신나게 웃고 즐겼다. 잊지 못할 인생의 추억을 하나 더 새겼다.
몇 사람의 작은 도전이 기분 좋은 영향력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기쁨이 되었다. 내년 5월엔 더 많은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며 '용인마라톤'에서 만나기로 기약했다. 한 겨울의 추위도 이길 기세로 달릴 '이우RUN'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