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온다!"
"어디? 보여?"
"거짓말이야~"
"안 오는데 온다고 하지 말랬지!"
나랑 동생이 종종 '아빠 온다!'라고 거짓말을 하면, 엄마는 화를 내셨다. 단순히 거짓말 때문에 화를 내신 건 아니었다. 아직 오지도 않는 사람을 온다고 말하면 안 된다며 단호하게 혼내셨다.
난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그땐 동생이랑 그저 재미로 거짓말을 했던 것 같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안에 다른 마음이 숨어 있었던 것 같다.
첫째, 아빠가 일찍 오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찍 온다는 건 술을 마시지 않고 집에 오는 것이고, 그럼 술주정도, 이유 없는 폭력도 없으니까. 그날만큼은 여느 가족처럼 평범한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둘째, 두려움, 불안함, 무서움이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빠가 늦으면 술을 드시고 오고, 집 안 공기는 무거워지니까. 이유 없는 폭력 앞에 잘못한 게 없어도 잘못했다고 빌어야 했으니까. 도망칠 틈을 찾고, 경찰을 불러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으니까. 밤새 잠을 이룰 수 없고, 술주정으로 부서진 살림을 엄마랑 함께 울면서 치워야 했으니까.
어린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일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빠가 아예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아빠를 피해 대전으로 이사까지 했지만, 끝내 벗어날 수 없었으니까. 아빠 없는 평화로운 삶을 바랐던 것 같다. 이 마음이 가장 컸던 건 아니었을지, 추측해 본다.
엄마에게 혼나면서도 하지 말라는 거짓말을 계속했던 이유. 돌이켜보면, 그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빠를 부정하고 싶었던, 작고 어린 나의 최선을 다한 저항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