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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 Sep 30. 2021

성, 스러운 그녀 /  강지영 외

사춘기의 야한 호기심

*함께 보면 좋을거 같아*


버진 신드롬 / 박경희

청춘 기담 / 이금이




지금은 눈감고도 수업을 들어가는 베테랑에

아들 둘을 키우느라 어쩔 수 없이 건장한 대한민국 아줌마가 되었지만,

쌤도 풋풋하고 여리여리하던 시절이 있었단다.

응? 증거는 무슨.

싸이월드가 닫혀서 아쉽게도 증거를 못 보여주네. 쏴뤼~ (황급히 시선을 피한다.)


쌤이 꽃다운 20대 중반을 넘겼을 즈음에 대형 입시학원에 새로 들어가게 됐어.

그 때 첫 수업이 중2 수업이었거든.

그 때만해도 소수 정예, 레벨 구분 이런거 없이 그냥 무더기로 들어가 달리는 수업이었어.

어쨌든 첫 날이니까, 나름 긴장을 하고 첫 수업에 들어갔지.


교재를 딱 펴고 서니 눈 앞에 중2 아이들 20명 나를 보고 있었던 거 같아.

아직도 내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바가지 머리와 뿔테 안경을 쓴 남자 아이가 있어.

녀석은 무리 중에서 깐죽을 담당하는 듯 했어.

친구들과 쑥덕쑥덕하더니 킬킬거리면서 총대를 매더구나.


"쌤! 쌤 혹시 자위가 뭔지 알아요?"


와아. 너무나 예상 밖의 질문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는데,

그 찰라같은 순간에 쌤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지금 녀석이 원하는 건,

아가씨 쌤의 당황한 모습, 빨개진 얼굴 이런거 아니겠어?

절대로 질 수 없지. 이건 완전 기싸움이거든.

그날 그 첫 시간에, 그 질문에 동공지진 나는 순간,

이제 나는 그 반에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귀가 빨개지고 말거야.


그럴 순 없지!!!!!!!!!!!!!


쌤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되물었어.


"너는 그걸 몰라서 묻는거야? 아니면 내가 모를거라고 생각해서 묻는거야?"

"몰라서요!"


녀석의 대답과 함께 아이들이 박장대소하고 난리가 났어.

나는 녀석에게 다가갔어.


"모른다... 모르는구나... 한참 성장 호르몬의 발달의 시작한 중2 남자 아이가 자위를 모른다?"


내가 다가가자 녀석은 조금 의아한 표정이었지. 물론 주변 친구들도.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고, 나는

녀석의 옆에 짝꿍을 타겟으로 잡았어.


"너는 친구가 되가지고서 이렇게 불쌍하고 비정상적인 발달에 처한 애를 그냥 뒀어? 알려주지도 않고?

하여간 의리없이...... 쯧쯧.

(다시 녀석을 향해 세상 진지하게 )니 나이게 그거 모르면 친구들 사이에서 **되는거야.

이따가 쟤한테 (짝꿍) 뭐냐고 물어봐서 진지하게 배워와. 오늘 집에 가서 실습도 해보고? 응?"


녀석이 굳었고, 아이들이 또 난리가 났지. 그 날은 나의 승이었어.

맨 앞에 앉은 전교1등이 소심하게 나에게 묻더라.

"선생님 왜 귀가 빨개요?"

"히터가 더워서 그래! 책이나 펴!!"


역시 당황스러울 땐 버럭이 최고였지.


아마도 그 때보다 무려 십년이 훌쩍 넘었고, 요즘은 더 빨리 많은 것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너희들은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무장해제 된 수많은 것들을 접할 어둠의 통로(?)도 많이 알잖아?

호기심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무한대의 영역이지.


하지만 그 모든 정보들을 걸러내고 판단해서 자기만의 윤리를 만들어가는 건 너희의 나이와 상관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해.

어른들은 세상이 무섭다고 하고,

너희들은 겁없는 나이지만 사실은 두려움이 없지 않을거야.


쌤에게도 아들이 둘이나 있다고 했잖아?

아직은 한참 아가지만, 늘 마음에 생각을 해.

자기 자신을 아끼는 것, 타인을 아껴주는 것.

소중한 것을 지키는 법에 대해서.

잘 가르쳐주어야겠다고.


지금 너희들의 생각이 조금씩 조금씩 뿌리를 잘 내리면

아마도 너희가 어른이 되었을 때,

그리고 너희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점점 더 나은 세상이 될거니까.


너희 나이때에만 느낄 수 있는 그 솔직한 감정들을 몰래 비밀 일기에 적어봐도 좋을 거 같아.

나중에 보면 그거 되게 부끄럽거든? 그런데 더더더 나중에 보면,

내가 이랬지, 하면서 추억의 나를 다독여줄 수도 있더라.


언제나, 너희들을 응원해.

너희는 태어난 자체로 정말 너무나 소중한 아이들이야.

너희의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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