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직도 서툴다

by 아란

우리는 늘 다툰다. 룽이와 다투는 주 요인은 9년째 '잠'이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잠이 없던 아이. 잠을 참는 아이.

간신히 일찍 재우면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아이.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이제 그만 자고 싶다는 아이.

재우려고 눕히면 더 놀고 싶다는 아이.

그 잠때문에 9년째 어지간히 싸우고 있는데, 어제도 똑같은 수순이었다.


학교에 들어가고 규칙적인 생활이 좀 될까 했더니 망할 코로나.

그래도 간간히 학교는 가니까 일찍 재우고자하는 마음인데

녀석은 번번히 자기로 약속한 시점부터 늘 핑계가 만발이다.


이거 하나만, 저거 하나만.

잠깐만요. 일분만요.

오만가지 핑계가 하나씩 쌓이다가 한시간 순삭.


자라고 하면 배고프거나 양치를 미적거린다거나 등등.


사실 여느때와 같았던 그 실랑이였다.

나의 친절한 말투는 점점 경고성 어조로 바뀌고

결국에는 소리를 버럭 지르고 길길이 날뛰어야 마무리 되는 순서.


알고있다.

늘 똑같은 일상인데 어제는 내가 유난히 곤두섰던 탓일거다.

아이를 때렸다.

회초리를 들고 겁만 주다 끝나는데서 그치지 않고

아이의 팔을 두 번, 엉덩이를 세 번 때렸다.


내가 어릴 때 아빠는 가끔 매를 드셨지만,

아빠의 감정에 휘둘려 때리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늘 뚜렷하게 내가 잘못을 했을 때 나를 앉혀놓고 훈육하시고

종아리를 걷어 명분있게(?) 맞았는데

어제 나는 아이를 때린게 아니라 매를 휘둘렀다.


나는 감정으로 곤두서 아이를 몰았다는 걸 깨달았고

아이는 울다가 잠이 들고 나는 그렇게 잠든 아이를 쓰다듬으면서

눈물을 삼키면서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잠을 설쳤다.


내내 묵직한 마음으로 잠을 설친 후에 깨달은 건,

아이를 때리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거였다.


나의 분풀이를 아이에게 한 것일 뿐,

아이의 행동이 나아지지도 않고, 내 마음이 편하지도 않고

화를 내는 상황은 어쨌든 똑같은데

결국 아이에게 상처만 더 할 뿐이라는 걸,

깊이 깨달았다.


아이에게 얘기해야만 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들고 돌아왔다.

나를 보고 아이는 다가와서 엄마, 사랑해요... 라고 작게 말했다.

나는 결국 울었다.

엄마가 미안해. 아무리 화가나도 너를 때리는게 아니었는데.

엄마가 너무 미안해.

울면서 아이를 꼭 끌어안고 한참을 다독거렸다.

아이도 나를 꼭 안아주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는 엄마마저 사랑한다고

늘 나를 보듬어주는 아이의 사랑에 배가 불러서

나는 또 서툰 '어른임'을 내세워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


참, 모자라고 모자란데.

어쩌자고 나는 아이 둘의 엄마란 말인가.

더구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라는 사람이 내 아이에게 매를 들고

감정을 무기로 휘둘렀다는 부끄러움이 온 종일 나를 괴롭혔다.


끔찍하고 긴 밤이 지나고,

오늘 아이와 화해를 하고......

저녁에 아이는 집에 가고, 나는 남아 저녁 수업을 하기 전에

잠시 나의 공강과 아이의 휴식 시간이 겹치는 틈에

우리는 근처에 닭가슴살 샐러드를 사러 나갔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몇 주 내내 저녁에 풀만 먹고 있는데, 지난 번에 아이에게 나누어준 닭가슴살이 맛있었다기에

같이 먹자고 사러 나간건데,

뜻밖에 아이가 "엄마, 오늘은 내가 엄마 샐러드 사주고 싶어요."라고 했다.

용돈 지갑을 탈탈 털어서 나온 돈은 오천원.

모자란 액수만큼은 엄마가 내요. 라고 수줍게 말하면서 아이는 온전히 다 사주지 못함을 미안해 했다.

니가 어째서. 왜. 미안한 건 엄만데.

뭉클한 마음에, 몇 분 말을 못하다가 오늘은 기분 좋게 아들이 사주는 샐러드를 맛있게 먹기로 했다.


손을 꼭 잡고 오가는 15분. 그 시간동안 우리는 행복했다.

걸으면서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의 얘기를 들어주고

돌아와서 쉬는 시간에 같이 포장해온 걸 나누어 먹었다.


마음이 다시 따뜻해졌다.

이렇게 오늘도 아이는 엄마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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