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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 Jul 29. 2021

발레복을 입으면

마흔에 시작하는 발레


성인 발레를 골랐을 때 내심 기대했던 것은 바로 발레복이었다.

예쁜 레오타드입고 하늘하늘 스커트 두르고 사뿐사뿐 뛰면 다 이쁠 줄 알았지.

(불행히도 나는 발레 선생님의 모습, 인터넷에서 본 발레리나의 모습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기대감으로 고르고 골라 도착한 발레복을 입고

거울에 비춘 내 모습은 아찔하게 적나라한 현실이었다.


일단 레오타드가 늘어날데로 늘어난 넓은 면적에

배를 가린다고 두른 스커트 둘레가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했다.

레오타드는 수영복처럼 생겼는데, 아뿔싸!

내 몸은 수영복처럼 밀착되는 옷을 입고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지 뭔가.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쭈욱 하락하면서

우울하게 어떻게든 레오타드 안에 몸을 구겨넣고

불룩 튀어나온 배를 가리려고 스커트를 한껏 위로 두르고 거울을 보니

허리는 잘록하지 못하지만 아까만큼 울룩불룩 흉하지는 않은 듯하다.


애써 감정을 끌어올려 발레교실에 들어섰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배우는 기초 클래스인데

하필 내가 들어가는 수업에 20대 초반의 아가씨 3명이 나란히 함께 있는건 어쩌지.


발레 바를 놓고 나란히 서 있자, 앞에 보이는 거울에 비치는 몸땡이가 눈에 훅 들어오는데

내가 옆으로 면적이 가장 넓었다. 젠장.


젊은 를 가진 그녀들은 그냥 걸쳐만 놔도 이미 발레리나.

사람 허리가 저렇게 잘록하고

앞뒤 평면이 저렇게 납작해도

걸어는 다닐수 있을까 싶을만큼

여리여리한 젊음들이라니.

(나의 20대는 여리하지않았음도 고백한다...)

(그러니까 모든 20대가 다 가녀린건 아니라는 얘기.)


그래도!

자괴감에 빠져들 순 없었다.

그렇다면 동작을 열심히 해서 더 잘하면 되지!

또 다시 심기일전하는 굳세고 굳센 나란 여자.


이렇듯 근거없는 뚝심으로 꿋꿋하게 발레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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