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란 Aug 11. 2021

척추를 세워보아요

마흔에 시작하는 발레

이 동작,  저 동작 선생님을 따라하다보면

뭔가 내가 나름

발레다운 동작을 하는 듯 한 기분이 든다.


물론 몸이 내 의지대로 따라주지는 않지만

목을 길게 뽑고 팔을 높이 들고

세상 도도하고 우아한 표정으로

동작을 하고있다.(고 느꼈다.)


거울을 보기전까지.


나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따라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너무 당연히

따라하는 나도 선생님과 같을 거라고

혼자 제대로 착각중이었다.


거울 속의 나는-

사뿐사뿐이 아니라 덩실덩실

묵직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발레를 배우고 있었는데,

등이 구부정하니

저절로 얼쑤~ 장단이 나올 지경이었다.


턴을 돌 때 아나방 자세로

팔을 멀리 보내야하는데

앞가슴에 가지런히 붙여 댄 나의 두 손

공손하게 세배를 하고 있었고


센터에서 발랑세 동작을 따라할 땐

왈츠 스텝과 다르게

동네 휴대폰 가게 오픈 행사 때 봤던

풍선이 흐물대고 있었다.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동작은

요정이 사뿐사뿐 아름답건만,

거울속의 나의 현실은 잔인하기도 하여라.


몹시 풀이 죽은 나에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모든 동작을 할 때
하늘로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허리를 펴세요.
앉는 동작을 할 때도,
몸은 앉지만 올라간다는 느낌으로!



앉지만 올라가는 느낌이라니!

척추를 꼿꼿하게 하지않으면

절.대.로.

나오지 않는 동작이었다.


척추만 펴고 동작을 해도

전보다 훨씬 동작이 발레스러워졌다.


이래서 기본이 중요하구나.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진 자세로,

조금씩 조금씩

저, 취미 발레해요!라는 말에

조금 더 당당한 내가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레복을 입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