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행복의 교차점에서
아빠랑 아버님이 바둑 메이트시기 때문에 거의 격주로 친정 부모님이 집에 오신다.
지난 주에 오셨을 때, 마침 우리는 늦은 점심 식사 중이었다.
아빠가 건너 건너 아시는 분이 코로나로 돌아가셨다고 얘기하셨다.
우리는 안면은 없으나 이 시국에 희생자가 되어 고인이 되셨다는 분의 얘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탄식했다.
와중에 나는 손으로 이면수를 발라서 태희 밥 숟갈에 얹어주고, 준희 입안에 넣어주느라 바빴다.
준희는 밥과 맛있는 물고기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기분이 좋은지 까치발로 걸어나와서는
할머니가 장을 보시고 사온 시금치 나물 덩어리를 가리키면서
"할머니가 나무를 사왔어요!"라고 해맑게 외쳤다.
그 순진무구함에 어른들은 모두 환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순간, 타인에 대한 슬픔과 개인의 행복이 묘하게 교차하면서 뭔가 삶이란게 이런건가,
내가 너무 슬퍼져버렸다.
아이를 보고 웃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 스며드는 애잔함을 떨칠 수가 없었고
하필 그 순간에, 아이들이 잘 발라먹고 버려진 이면수의 긴 뼈마쳐 슬퍼보였다.
생각해보니 살아가면서 더러 이런 아주 찰나같은 순간에 느껴버린 깊은 감정으로
며칠이 힘든 경우가 있다.
끙끙대면서 뭔지 모를 그 마음을 이렇게 두서없는 글 몇 줄로라도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사실, 그런 날에는 시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내가 시를 쓸 줄 몰라서 아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