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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란 Aug 11. 2022

손톱을 보며

아직도 가끔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무심코 물어뜯는 손톱이 어느 새, 매우 단단하다.

화들짝 놀라서 손톱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매우 단단하고 건조하게 굳어진 손톱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할머니가 손톱과 발톱을 깎아달라고 부탁하시면

커다란 손톱깎이로 있는 힘 다 줘서 꾹 눌러야했던 기억,

그래도 안 될 때는 아빠를 불렀던 기억이 스쳤다.


아, 나이가 들어가는 게 이런 거구나.

흰머리주름들은 눈에 잘 띄기나 하지.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손톱이 이렇게 굳어가는 건 몰랐구나.


살아온 시간만큼의 고집과 시간이 섞여 단단히 굳어지고 휘어져가는 손톱을 바라본다.

남이 힘주어 잘라주지 않으면 혼자서 끊기조차 힘들 정도로 굳어져가는 그것들을 보며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나의 아집들,

내가 옳다고 우겨왔던 생각들이

내 손끝에 고여있는 것만 같아서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아이의 손톱은 얇은 종이같다.

너무 얇아 잘 바스라지기 때문에 눈썹 다듬는 가위로 조심조심 잘라줘야한다.

가위로 자르면 얇고 힘없는 아이의 손톱은 동그르르 말리기도 한다.


아이의 손톱.

내 손톱.


이런걸까.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생이 단단히 굳어진,

두꺼운 손톱 발톱을 키우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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