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흔살의나비 Jul 30. 2023

마흔 살의 나비

내가 우는 이유

오늘은 사실 울고 싶었다.

내가 배우고 싶은 클래스의 수강료 28만원 때문에 카드를 써야 한다는 남편의 말에…… 남편도 얼마나 고민을 하며 나한테 이 말을 했을까…… 얼마 전 자동차 계약을 취소했을 때처럼 슬펐다. 그런데 왜 남편이 나한테 미안해야 하는 걸까? 남편은 열심히 벌고, 쓰고 싶을 때 안 쓰고, 놀고 싶어도 안 놀고, 그렇게 아끼며 아등바등 사는데, 안 아끼고 있는 건 사실 나인데, 왜 남편이 나한테 미안한 거지? 대체 왜?

얼마 전부터 계속 제주도 여행을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걸 남편이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랬을까?

자동차 계약을 취소하기로 한 날

“여보가 결혼할 때 전세금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잖아.”

덜컥 그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빠듯 빠듯 한달살이하는 우리와 철없이 아직 경제개념 없는 나. 그 모든 게 답답하고 미안하고.

남편이랑 치킨을 먹고 의미 없는 예능을 보고 헛웃음을 짓고 했지만 웃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남편한테 이렇게 심한 말을 뱉고야 말았던 것이다. 분위기가 싸해지고 그렇게 술자리를 파하고 나서 나는 공허했다. 답답하고 울고 싶었다. 눈물이 났다.

그런데……

그때 나는 남편이 내가 우는 걸 알고, 오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의 슬픔을 알아줘…… 나를 달래 줘…… 울고 싶어서 우는데도 나는 혼자 울지 못한다. 언젠가부터.

계속 남편이 올 것만 같았다. 들으라는 듯이 더 크게 울었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러는 내가 너무 수치스럽고 바보 같았다오늘 만의 일이 아닌 걸 안다. 내가 우는 건 늘 누군가 나를 봐주길 바래서였다. 그런 내가 오늘은 바보 같고 스스로 부끄러웠다. 난 그렇게 살아왔다. 내 슬픔을, 아픔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누구든 알아주길 바랐다.

내 아픔이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고 알아주길 바랬다. 입을 닫고 있는 건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 주길 바라는 거라는 걸. 내가 이겨내지 못할 땐 누군가 옆에서 괜찮아하고 말해주길 바랬다.
이렇게 나는 아직도 사랑에 목말라 있다.


그리고 아직도 사랑을 모른다. 남편에게 아직도 한없이 부족하기만 한 나를 보면 그렇다.

나는 언제 사랑을 알게 될까? 나는 언제쯤 채워질까? 내가 남편에게 채워질 수 있을까? 남편만으로 가득 찬 내가 될까?



작가의 이전글 그리고.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