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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ADHD Jul 31. 2023

꿈꾸는 ADHD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꿈을 꾼다.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고 있다.

일어난 뒤 양치를 하고 찻물을 내리고 자리를 잡아 일기를 쓴다.

 감사일기, 오늘의 다짐, 꿈 쓰기.

그리고 다 쓴 뒤에 유튜브를 보며 성공확언을 한다.

성공확언이란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이다." 와 같은 
 나의 성공을 확신하는 말들을 잠재의식 속에 반복해서 집어넣는 것이다.


감사일기는
말 그대로 내가 감사하는 것들에 대해 적는 것이다.나에 대한 감사도 될 수 있고, 내 주위 사람들, 혹은 경험에 대한, 또는 환경에 대한 감사 뭐든 다 괜찮다. 처음에는 남편에게 감사하다. 딸에게 고맙다 등 일반적으로 할수 있는 감사의 말들만 생각났었는데, 이제는 새벽공기와 새소리에 감사하다, 내가 잘 웃는 것에 감사하다.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다 등등 주위에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감사한 거리들을 찾게 되었다. 찾다 보니 감사한 일들이 정말 많았다.


감사한 것들을 찾다 보면 내가 꽤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감사한 거리들을 찾게 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게 된다. 가끔 하루를 지내다 새벽의 그 다짐을 잊을 때도 있지만 그러면 다음 날 또 감사일기를 쓰면 된다.


나에게는 이렇게 글을 쓰며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 꿈을 노트에 꾹꾹 눌러 매일 쓰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정말 그렇게 될 것 같고, 대화를 하면서도 당연히 나의 꿈이 이루어질 거처럼 말하게 되었다. 이렇게 성공확언을 하고 감사일기를 쓰고 꿈을 쓴 다음에, 또 쓰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지난 어제에 대해 또는 쓰고 싶은 일들에 대해 자유롭게 일기를 쓴다.

남편과의 대화, 오늘 만난 사람들, 내가 느낀 감정들, 불편했던 일, 떠오르는 과거 등등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쓴다. 쓰다 보면 생각지도 않던 예전의 일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오늘 한 실수에 대해 반성도 하게 되고, 정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아팠던 시간들에 대해 터놓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어디에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부끄러운 과거나 나의 실수들을 털어놓는 것이다, 나만의 일기장에 마치 고해성사처럼.

이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마음이 꽉 차오르는 것,
혹은 마음이 비워져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또한 하루를 시작하면서부터 무언가 성취감을 느끼며 시작하게 되었다. 어스름한 새벽, 가족들은 아직 깊이 잠들어 있고, 부스스 눈을 떠 몸을 일으킬 때의 기분은 내가 굉장히 열심히 살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새벽 시장, 그 활기찬 삶의 현장에 가보지 못했지만,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 일출을 볼 때의 새벽공기를 느낀 지도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새벽 기상이 주는 그 에너지는 내가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을 정도다.


나는 ADHD,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다.
그리고 조울증 증상까지 있다. 생활하면서 얼마나 많은 실수와 좌절이 있겠는가. 정수기 물을 받다 컵을 제대로 놓지 않아 물을 다 흘리는 일은 부지기수이고, 유치원에 가방을 안 보낸 적도 수차례다. 유치원 준비물을 놓치는 것도 몇 번인지 헤아릴 수가 없다. 집안일을 하다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것은 그냥 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는 듣고 나도 그래,라고 말하지만, 어쩌다 한 번의 실수를 하는 것과 거의 매일 한 가지 이상의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는 건 많은 좌절감과 우울감이 따른다.


어딘가 책에서 ADHD는 필수불가결하게 우울증을 동반한다고 본 적이 있다.

그럴 만도 하다. 생활하면서 집중을 하지 못해 실수하는 일이 빈번한데 감정이 편안할 리 없다.

하지만 새벽 시간은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크게 실수할 일도 없다. 물론 그 와중에도 실수가 일어나긴 하지만.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낮 동안에 정신없이 복잡했던 머릿속이 간단하고 명료해진다. 그리고 오직 나만을 위해 생각한다. 나의 행복과 꿈과 성공에 대해서. 꿈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면서 아,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했던 아이였구나 하고 깨달았다.


글을 잘 쓰고 싶어 했던 어린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새벽이 주는 힘찬 기운으로 나는 계속 글을 썼다. 잘 쓰든 못 쓰든 무슨 내용이든 무조건 썼다. 그러다 보니 1권이 되고 2권이 되고, 오늘은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다 하는 신변잡기뿐이었던 일기에서 꽤나 진지한 에세이 수준의 글까지 쓸 수 있게 되었다. 나를 꺼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된 것은 아니다.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다 보니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쓸수록 필력이 느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나는 살면서 출산한 것 말고는 무언가 성취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늘 시도했다 포기하고 시작했다 흐지부지해지기 일쑤였다. 그랬던 내가 계속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잘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리고 이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일기를 쓰라고. 일기를 쓰면서 자기를 찾고 꿈을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글을 쓰면서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힘주어 쓴다. 그 힘이 반드시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 줄거라 믿는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게 될 거라 믿는다.


나이 마흔. 꽁꽁 싸여있던 번데기가 이제는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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