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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ADHD Jul 31. 2023

들어가는 글

꿈꾸는 ADHD

저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고, 1982년생이며, 현재 7살 딸을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입니다. 전업주부라는 말이 왜 저는 아직도 이렇게 낯설까요? 아이를 낳기 전까지 홈 스쿨 방문교사를 했었고, 낳고 나서도 남편 쉬는 날이나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가 있는 동안에 수업을 다니기도 했기 때문이겠죠. 저는 지금도 제가 전업주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거 같아요. 소질이 없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마도 지금 제가 주부에 머무르지 않고, 꿈을 꾸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저는 꿈을 꾸고 있어요. 꿈꿀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아이가 3살 무렵부터 아팠던 거 같습니다.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사는 게 지루하고 예민해지고 날카롭고 남편과 딸을 아프게 하는 날들이 많아졌죠.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정신과를 찾아갔습니다.


조울증과 ADHD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어요. 벌써 3년이 넘어가네요. 하지만 약을 먹는다고 당장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웃는 날보다 웃지 않는 날들이 많았고, 어떻게 언제 웃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무언가에 싸여 있는 기분이었어요. 깨부수고 벗고 나가야 하는데 벗고 나갈 내가 어떤 모습일지 몰라 아무것도 못 한 채로 답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갔어요. 내가 싸여 있으니 관계가 편할 리 없었죠. 나를 보이기가 두려워 보여 주지 못하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려웠습니다. 인정받고,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은데 꽁꽁 싸여 있는 모습으로는 힘들었습니다. 그건 진짜 제 모습이 아니었죠.



무엇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남편은 너무나 가정적이고 헌신적이고 다정한 사람입니다. 딸도 사랑스럽고 따뜻한, 엄마가 세상 최고인,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는 착한 딸이죠. 그런데 저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약을 먹고 있지만 낫지 않아 찾아왔다고. 지금의 제 문제는 지금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풀리지 않은 감정들, 채워지지 않은 애정 욕구 등등 많은 내면의 상처들이 있었죠. 오랜 기간 상담을 받았습니다. 우는 날도 웃는 날도 많았죠.


그리고 이제는 상담 대신 일기를 씁니다.

남편이 결혼 기념일 선물로 일기를 써보라고 했죠.

마음이 덜 성숙하고 아픈 저를 치료해 주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2022년 9월부터 계속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치유의 기록입니다.

일기에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이제 저는 일기를 통해 날아가는 꿈도 꾸게 되었습니다. 그 꿈을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고, 일기의 힘을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2023년 6월.   

                 모두 잠든 밤에 주방에서   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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