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람들을 만나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몰라" 다. 나는 뭘 물어도 다 모른다.
요즘 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언니, 정보 공유 감사!"
"00 엄마, 정보 고마워요."
이렇게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고 공유하는 사람들을 요즘 엄마들은 "정보요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정보요정들 중 좀 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SNS에서 자기가 가진 정보력을 한껏 홍보하며 가지고 있는 각종 정보와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유통시킨다. 그들을 우리는 "인플루언서"라고 한다.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란 뜻이겠지.
그렇다. 우리는 아이들 영양제부터, 반찬, 다이어트 식품, 가볼 만한 곳 등등 알아야 할 정보들이 너무 많은데, 이러한 인플루언서들은 이런 엄마들에게 정말 빛 같은 존재다. 나에게만 그런가?
나는 SNS에서 적극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편이다. 내가 검색하는 수고를 덜어준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수고와 정보력을 믿고 그들이 내놓는 정보와 제품을 소비한다.
사실은 나도 정보 요정이 되고 싶고, 인플루언서가 부럽기도 하다.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들을 남들도 좋아하고 자신을 따라 물건을 산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 일을 직업으로 삼고 돈까지 번다. 학창 시절, 예쁜 아이들이 하고 온 액세서리를 따라 산 경험이 없는가? 그렇게 유행이 되고, 그 아이들은 유행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인플루언서"가 부러웠다.
나도 내가 산 예쁘고 저렴한 옷, 놀러 갔던 가성비 좋은 여행지, 맛 좋고 저렴한 반찬 가게 등등 나도 알리고 싶은 정보들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만약 어쩌다 어느 엄마가
"지난주에 갔던 곳 괜찮았어? 어디 쪽인데?"
하고 물어오면...
"아... 어 너무 좋았어! 음... 네비 켜고 갔는데, 잘 모르겠네."
하고 말게 된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줄 수 없으니 정보요정 탈락.
이제는 이런 걸 물어 온다.
"그래서 언니가 산 거 얼만데?"
"아... 여러 가지 같이 사가지고 기억이 안 나네? 한 2만 원대였던 거 같은데."
돈 계산을 못하고 경제 개념이 없으니 여기서도 정보 요정 탈락.
사실 정보요정이 되지 못한 나는 언젠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요즘 엄마들은 각종 육아 정보, 공동구매 소식, 할인 정보, 등등 이런저런 정보들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쌓는 건가 하는 생각말이다.
나는 이렇게 가진 정보를 공유할 능력이 없으니 초보 엄마 시절 그렇게 쌓아야 하는 관계가 불편했다.
우리 아이는 요즘 나이로 6세. 내년이면 초등학교 입학이다.
얼마나 많은 정보가 필요하겠는가. 어느 학교는 학년에 몇 반, 한 반에 몇 명, 교사는 어떻고, 또 어느 학교는 어느 아파트에 아이들이 많이 오며 등등 등등... 솰라 솰라. 이 대책 없는 예비 초등생 엄마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아마 앞으로도 많은 걸 모르고 그냥 학교에 덜렁 입학 시키겠지? 큰일 날까? 큰일 나나?
남편과 나는 우리 아이를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한산한 시골 지역의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한다. 이것도 어떻게 알게 된 엄마가 준 "정보"다. 나는 그 정보를 듣고, 더 검색해 보지도 않고 학교에 전화를 걸어 직접 찾아갔다. 나는 그 편이 훨씬 편하다. 가서 보니 학교도 아담하고, 선생님들도 좋아 보이고, 아이도 좋아하고, 믿음이 갔다. 그거면 됐다! 합격. 여기로 가자.
결정하고 나니 주변 엄마들이 또 묻는다.
"한 반에 몇 명인데? 앞으로 중학교는 어떡할 건데? 주변에 학원은?"
나를 걱정해 줘서 하는 말인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정말 모른다.
한 반에 열 명이 채 안 돼 보여 넉넉한 교실이 좋았고, 6학년 될 때까지 다닐지 안 다날지도 모르는데 미리 걱정하고 싶지 않고, 학원은 입학 후 아이가 다니고 싶다고 하면 그때 알아봐도 늦지 않을 것 같다. 미리 다 알아야 하는 건가?
요즘 사람들은 정보가 없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거 같다.
친한 동생과 대화를 나누다 이런 얘기를 했다.
"여행지를 하도 많이 검색해 보고 다 알고 가니까 와봤던 곳 같은 거야."
그렇지 않을까. 너무 많이 알아보고 너무 많이 기대하고 너무 많이 비교해 보고 난 후 직접 사거나 경험해 보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생각했던 대로네 정도이다. 다 알아봤던 거니까. 그래 이만하면 패스. 이런 느낌?
어린 시절 길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낯선 동네의 즐거움이 기억난다. 여행하다 배가 고파 발걸음이 닿는 대로 근처 식당에 들렀는데 친절한 주인아주머니와 맛깔난 음식들에 감동했던 기억도 있다.
나는 아이들이 한창 유행하는 액세서리를 살 때도 유행에 한 발 느렸다. 지금도 요즘 엄마들의 빠른 정보력에 한참 뒤처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럭저럭 편하게 살아간다.
정보를 찾느라 핸드폰에서 눈을 못 떼고 있을 시간에 나는 우리 아이의 눈을 쳐다본다.
더 알아보고 싶어서 손가락 아프게 검색하는 동안에 나는 글을 쓴다.
그러는 사이 나는 최신 정보를 놓치고 내가 원하는 제품의 할인 소식을 알지 못하고 손해 보고 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
조금 느려도 정보를 공유할 시간에 내 앞에 있는 사람과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
좀 정확하지 않아도 헤매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내가 몰라서 사람들이 친절히 설명해 주는 것이 반갑다.
내가 앞으로도 절대 듣지 못할 말. "언니, 정보 공유 감사!"
하지만 내가 항상 듣고 싶우 말은 "마음 써줘서 고마워요."
나는 오늘도 이 글로 내 글을 읽는 분들과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