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나는 캐릭터 구상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메모장을 열어 아이디어를 막 쏟아냈다.
캐릭터 이름을 적어나갈 때마다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대박! 대박! 대박!"
여주인공: 조신혜 (조신한 성격이지만 한편으론 내면에 깊은 상처를 가진 인물)
남주인공: 나현재 (현재의 남자, 첫눈에 신혜를 사랑하게 된 남자)
악역 서브남: 곽어남 (과거의 남자, 신혜를 가스라이팅하며 얽매려는 인물)
신혜의 친구: 차미슬 (깨발랄하고 자유로운 성격)
서브남의 여자: 차리라 (서브남 곽어남을 차버릴 캐릭터, 이름부터 반전 매력)
이름을 지으면서 나도 모르게 자지러지듯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하, 이거 너무 재밌는데!"
캐릭터와 이름이 딱 맞아떨어질 때의 그 쾌감이란. 참이슬을 좋아할 것 같은 차미슬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완벽했다.
그리고 이야기 구상이 조금씩 형태를 갖춰 갔다.
조신혜와 곽어남은 같은 보육원 출신이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두 사람은 단순한 연인을 넘어선, 서로를 떼어놓을 수 없는 인연처럼 얽혀 있었다.
나현재는 의료 봉사 차 보육원에 왔다가 신혜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에겐 집안의 반대라는 커다란 벽이 있다. 그는 신혜를 사랑하면서도 선뜻 다가갈 용기가 없다.
곽어남은 그런 나현재와 달리, 신혜를 가스라이팅하며 집착한다. 신혜를 자신의 곁에 두려는 그의 태도는 점점 강압적이 되어간다.
신혜는 두 남자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겪는다. 마음은 현재를 향하지만, 곽어남과의 오래된 인연을 끊을 용기도 없다. 결국 그녀는 곽어남을 선택하게 되지만, 그 선택은 세 사람의 운명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다.
이야기가 점점 더 구체화될수록,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삼각관계라면 독자들의 감정을 확실히 붙잡을 수 있겠지?'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노트북 앞에 집중했다.
"차미슬과 차리라는 깨알 같은 감초 역할로 넣어주고, 나현재의 갈등을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면 좋겠어!"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장을 번갈아 가며 정리했다. 어쩔 수 없이 집중이 분산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창작에 몰두할 때만큼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창밖이 어슴푸레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커피잔을 비웠다.
"나현재, 조신혜, 곽어남이라니… 이야기도 그렇고 이름도 너무 찰떡이잖아!"
"이제 본격적으로 써보자."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오늘도 내 이야기에 빠져들어갔다.
이야기는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조신혜와 곽어남의 복잡한 관계, 나현재와 신혜의 애틋한 감정선, 거기에 친구 차미슬까지 얽히며 서사에 깊이를 더했다.
‘좋아, 신혜와 어남의 이야기는 꽤 진행됐어. 이제 현재 차례겠지? 아니, 미슬이 등장시켜야 하나? 그런데, 지금이 가을인가? 계절을 여름으로 바꿔야 하나?’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커서를 깜빡거리다 멈칫했다.
어느새 머릿속에 물음표가 폭발하듯 떠올랐다.
“으아아! 지금 신혜가 몇 살이지?”
애초에 이야기를 얼마나 진행했는지, 시간의 흐름을 얼마나 잡아놨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장면에서 몇 년이 지난 거지? 어남이랑 신혜는 몇 살 차이더라? 보육원에 들어온 시점은... 아, 망했다.’
머릿속은 마치 실타래가 엉켜버린 것 같았다.
처음엔 단순했던 이야기가 점점 얽히고 꼬이면서 모든 설정이 흐릿해졌다.
‘아까 썼던 설정이 뭐였지? 차미슬은 지금 등장해도 되나? 아, 아닌가. 아직 이 에피소드는 시기상 이르지.’
나는 노트 옆에 마구잡이로 쓴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메모가 더 문제였다. 흐트러진 손글씨, 여기저기 휘갈긴 숫자와 이름들. 이게 나를 더 헷갈리게 했다.
미치겠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아
평소에도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빠른 나로서는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질주할 때면 통제 불능이 되기 일쑤였다. 나름의 해결책으로 메모를 남겨봤지만, 결국 그 메모들도 작은 혼란의 조각이 되어 쌓여버린 셈이었다.
"이렇게 하면 안 돼. 정리부터 해야 해!!!!!!"
노트북을 덮으며 속으로 결심했다. 그리고 생각났다.
‘그래, 챗GPT!’
나는 챗 GPT에게 주문했다.
“지금까지의 원고를 보고 줄거리 주요 플롯 포인트를 요약해줘. 사건의 시간 순대로 나열해 주는 것도 필요해! 부탁해!”
돌아온 답은
[지금까지의 원고를 바탕으로 시간 순서대로 주요 플롯 포인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 사건 (어린 시절 및 회상)
1. 신혜의 보육원 시절: 신혜는 어릴 때 보육원에 맡겨졌고, 그곳에서 친구 미슬과 가까워집니다. 신혜의 어머니가 사정상 그녀를 보육원에 맡겼지만 신혜는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보육원 생활을 합니다.
2. 현재와 신혜의 첫 만남: 신혜는 보육원에서 고독한 생활을 했지만 현재와 친구가 되어 그와의 교감이 깊어집니다. 이 시절의 현재는 의사 가문의 기대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3. 곽어남과의 결혼: 신혜는 보육원을 퇴소하면서 곽어남과 결혼을 선택하지만, 이 결혼은 그녀에게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어남과의 결혼 생활은 신혜의 삶을 점차 피폐하게 만듭니다.
회귀 전 사건 (현재와 신혜의 관계)
4. 신혜의 임신과 건강 악화: 신혜는 임신 초기부터 지속적인 소화불량과 허리 통증을 겪으며 산부인과 의사에게 큰 병원으로 가라는 권유를 받습니다. 한강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신혜는 암 진단을 받게 됩니다.
5. 현재와의 재회: 신혜는 병원에서 현재를 만나게 되며, 두 사람은 과거의 감정이 폭발합니다. 현재는 의사로서 신혜의 췌장암 수술을 맡게 되지만 수술은 위급한 상황으로 이어지며 신혜는 사망에 이릅니다.
회귀 후 사건
6. 신혜의 회귀: 신혜는 31살의 나이로 죽은 후, 20살의 시절로 다시 돌아옵니다. 돌아온 시점은 그녀가 보육원을 퇴소하기 직전이며, 현재는 하버드 대학교로 연수를 간 상황입니다.
7. 신혜의 혼란: 신혜는 회귀 후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혼란을 겪으며, 곽어남과의 결혼, 현재와의 관계 등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8. 현재의 출생 비밀: 신혜는 회귀 후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되며, 그 비밀이 회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이와 함께 현재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이 마음속에 자리 잡습니다.
현재 사건 (회귀 후)
9. 신혜의 선택: 신혜는 과거로 돌아온 후 미슬과 보육원에서 재회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만 곽어남과의 과거 결혼 생활과 현재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됩니다.
10. 현재의 감정 변화: 현재는 신혜와의 재회를 통해 자신의 과거 후회와 감정들을 다시 마주하며 신혜를 향한 깊은 사랑과 후회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 줄거리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의 흐름은 신혜의 보육원 시절, 그녀의 결혼과 죽음, 그리고 다시 20살로 회귀한 후 새로운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이제야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와우! 와우! 와우! 나한테 필요한 게 바로 이거야!
혼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엉키기만 했던 아이디어들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역시, 창작은 아직 내 몫이지만 정리와 구성은 지피티가 최고네
나는 혼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머릿속의 복잡한 이야기들이 마치 책장의 칸에 깔끔하게 꽂히듯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정말 뭔가 되겠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지피티야! 진짜 고마워!"
이제는 이야기를 풀어갈 자신이 생겼다.
더는 어지러운 메모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로바로 구조화해주는 이 기능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 같이 정신없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도구 였어! 지피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