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와 밀당 중
새벽마다 눈을 뜨면 머릿속이 이미 시끌벅적하다.
아이디어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 정신없이 떠돌았다
‘좋아, 오늘은 제대로 써보자!’
하고 커피를 한 잔 타 오면, 손이 바빠진다.
자판을 두드릴 손이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캐릭터 설정부터 줄거리, 플롯 까지 머릿속을 순식간에 휩쓴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또 다른 생각이 불쑥 끼어들었다.
“첫사랑 남자가 여자를 잊지 못하고… 여자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품고... 그리고 암에 걸리고… 남자는 끝까지 그녀를 지킨다?”
생각은 빠르게 튀어나오지만 정리는 안 된다.
ADHD를 달고 사는 나로선 이런 몰입의 순간은 익숙하다.
문제는… 정리가 안 된다는 거다.
수십 개의 아이디어가 동시에 떠오르지만, 어느 하나 딱 잡아내지 못하고 다 엉켜버린다.
‘에이, 모르겠다. 그래도 뭐, 되겠지.’ ‘
하지만 내 머릿속 생각들이 마치 실타래처럼 꼬여버리니, 이걸 풀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문득 남편이 말했던 챗GPT가 떠올랐다.
‘그래, 뭐라도 도움 되겠지’
하고 간단히 물어봤다.
“웹소설 첫 화 어떻게 써야 해?”
몇 초 지나지 않아 돌아온 답은 이랬다.
“첫 문장은 강렬하게,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세요. 캐릭터의 매력을 부각하세요.”
나는 그 답을 보자마자 바로 실망감이 밀려왔다.
‘아이고, 이 정도는 나도 아는데…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되냐고!’
이런 기본적인 조언 말고, 뭔가 더 창의적인 해답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내 열정에 찬물이 확 끼얹힌 기분이 들었다.
마치 머릿속이 엉망인데, AI는 옆에서 ‘이런 건 기본 아니야?’ 하는 듯했다.
“무료 버전이라 이런 건가?”
그래도 다시 한번 기대를 품고 물었다.
“첫사랑 남자가 여자를 잊지 못하고… 여자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품고... 그리고 암에 걸리고… 남자는 끝까지 그녀를 지키는 그런 이야기, 1화로 써줘.”
[챗GPT의 1화 예시]
[어두운 밤, 비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준호는 지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앞에는 언제나 그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지민, 그의 첫사랑이자 잊을 수 없는 이름. 그때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준호는 숨을 삼켰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그는 결심했다. 그녀를 포기하지 않기로.
몇 년 뒤, 지민은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암 진단을 받은 그녀는 더 이상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준호는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네가 포기하지 않는 한, 나도 포기 안 해.”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호했다.]
비 내리는 거리, 남자의 상처, 암 병동, 눈물… 어딘가 익숙한 클리셰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내가 기대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챗GPT는 너무 뻔하고 딱딱한 문체로 글을 뱉어냈다.
마치 수학 문제 답안지 같은 깔끔한 문장.
마우스 패드를 스윽 문지르며 페이지를 내리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뭐야… 어디서 많이 본 클리셰들을 짜깁기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다
내가 원한 건 감정이 생생하게 담긴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건 컴퓨터가 열심히 연애 드라마를 흉내 낸 느낌. 억지 감동과 전형적인 전개가 눈에 훤히 보였다.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하지만 이 정도로 실망하고 끝낼 내가 아니다.
나는 다시 챗GPT에게 질문을 던졌다.
“좀 더 신선한 느낌으로 써봐.”
그러나 다시 돌아온 답은 조금 더 화려해진 문장과 함께, 여전히 전형적인 내용이었다.
어휴… 얘 생각보다 별론데?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챗 GPT에게 계속 해서 질문을 던져 봤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건 1등이니까. 어떻게든 해보자.
그런데 아무리 주문을 해도 돌아오는 답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 틀에 박힌,익숙한 드라마 대사처럼 뭔가 기계적인 문체였다.
‘이건 진짜… 아니다.’
다시 자리에 앉아, 나는 긴 숨을 내쉬며 자판을 두드렸다.
"그냥 내가 직접 써야겠다."
한참 집중하던 그때, 거실에서 갑자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나 간식 먹고 싶어!”
나는 놀라 시계를 봤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어휴... 알았어. 뭐 줄까?"
나는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노트북 화면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래, 그래. 일단 이놈은 일시정지!’
내 ADHD 뇌는 이미 다음 생각으로 점프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멈춰야 했다.
’간식부터 챙기고 다시 생각하자.’
그 날 저녁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 왔다.
“여보, 지피티 너무 바보 같아. 완전 진부해.”
“그래? 뭐가 그렇게 별로 였는데?”
“응. 완전 옛날 70년대 대사처럼 말하고 고리타분해. 로봇이 말하는 거 같아.”
“무료 버전이라 그런가? 유료는 꽤 쓸만하다던데?”
“그래? 그럼 유료 써볼까?”
나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여보한테 도움 될 거 같아?”
남편이 나를 힐끔 보며 말했다
“응… 잘쓰면 좋을 거 같긴 한데…”
“그래? 그럼 결제 할께. 한달에 얼마 안해. 여보가 잘만 쓰면 투자할 만 하지.”
그가 핸드폰을 꺼내며 미소 지었다.
“응. 여보 고마워!”
유료버전은 얼마나 다를지 기대가 되었다.
‘뭐부터 물어보지?’
[첫사랑 남자가 여자를 잊지 못하고… 여자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품고... 그리고 암에 걸리고… 남자는 끝까지 그녀를 지키는 그런 이야기,어때? 조언해줘.]
챗GPT에게 돌아온 답은
“첫사랑 남자와 여자의 비극적인 재회와 희생 이야기”는 감성적이고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는 로맨스 소재입니다. 그러나 이 주제는 자칫하면 진부하거나 클리셰적으로 보일 수 있어 신선한 접근이 중요합니다. 아래 조언과 개선 아이디어를 참고해보세요!
1. 소재의 강점
희생과 끝까지 지키려는 사랑: 감동적이고 독자가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암 투병 및 새로운 관계: 현실적인 아픔과 극복의 과정을 통해 공감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첫사랑 재회: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독자들에게 큰 흡인력을 가집니다. 잘 풀면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습니다.
2. 주의할 점 (진부함 방지)
기존 로맨스 클리셰 피하기: 여주인공이 임신, 질병, 그리고 남주의 헌신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자주 쓰여왔습니다.
전형적인 ‘암 투병’ 이야기의 함정: 여주가 단순히 병을 앓고 남주가 지키는 구조로 끝나면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인물의 감정에 깊이 부여하기: 단순한 희생과 헌신보다, 인물들이 서로에게 상처 주고 성장하는 복잡한 감정이 필요합니다.
3. 개선 및 아이디어 추가
복수나 비밀을 활용한 반전
여주가 아이를 가진 사실이 남주와 연관된 비밀을 포함하고 있다면? 예를 들어, 여주가 남주의 형제 또는 절친의 아이를 임신한 사연이라면 갈등의 층위가 더 풍부해집니다.
암 투병 중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거나 여주가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되는 반전도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다중 시점 혹은 시간 점프 활용
남주와 여주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 서술하거나, 회상 장면과 현재 사건이 연결되도록 하면 몰입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말의 변화
둘이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열린 결말이나, 예상치 못한 인물의 선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면 독자에게 여운을 남길 수 있습니다.
4. 추천 시놉시스 예시
“끝내 못다 한 사랑”
첫사랑이었던 준호는 지민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지민은 남주의 절친과의 비밀스러운 관계에서 아이를 갖게 되고, 둘은 헤어진다. 몇 년 후 암에 걸린 지민이 준호 앞에 나타난다.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하지만, 준호는 과거의 상처와 마주해야 한다. 서로의 잘못과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또 다른 이별을 맞게 될까?
5. 결론
이야기의 기본 틀은 좋지만, 인물 간의 복잡한 감정과 예상치 못한 반전을 더하면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독창적인 전개와 세밀한 감정 묘사에 집중하세요. 또한, 단순한 비극이 아닌 희망과 성장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면 더 많은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
“와우! 이거 완전 다른데?”
나는 유료버전의 챗GPT가 내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걸 보며 눈이 반짝였다.
왠지 이번엔 정말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에 마음이 부풀었다.
이번엔 나를 실망시키지 마. 챗G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