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임상심리 전문가/정신건강 임상심리사 1급 수련 기간이 조금 남긴 했지만, 남은 행정처리 및 시험 준비를 위해 검사 업무에서는 손을 떼게 되었다. 원래라면 지난주에 끝났어야 하지만 검사 하나가 취소되는 바람에 이번 주까지 하나의 검사를 더 하게 되었다.
3년간 거의 천 개의 심리평가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제 마지막 검사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노인심리평가였는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난하여 평소 3~4시간 걸리는 검사가 2시간 30분 만에 마무리되었고, 환자와 보호자가 감사를 표현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환자와 보호자가 떠나간 후 옆 방에서 검사도 없어 나 혼자 있는 텅 빈 검사실에서 묘한 감정을 느끼며 몇 분간 앉아있었다. 맨 처음 가운도 받지 못한 채 어리바리 진행했던 검사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미숙하기 그지없는 나의 실력. 수련이 끝나면 나 혼자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뒤에는 더 이상 1원의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10시간씩 투자해 검사 및 보고서 작성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쁨도 느껴졌다.
검사실을 정리하며 이제 다시 이 곳에 올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시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3년 수련 기간의 절반 이상을 보냈던 검사실. 이 검사실 덕에 앞으로 만날 환자, 내담자들에게 좀 더 정확한 평가를 제공해드릴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족하겠지. 안 좋은 기억들은 다 흘려보내고 성장만 남긴 뒤 검사실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