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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Oct 05. 2019

동네 친구

평소와 달리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스마트폰 하나에 이어폰만 챙긴 채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으로 집 밖을 나선다.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 개찰구를 나와 출구로 올라가면 몇십 년간 봐오던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만날 때마다 별다르게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동네 친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만큼은 과거 천진난만했던 시절의 나로 돌아가 유치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웃고 떠든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간에 등교하여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던 친구들이 이제는 다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어지거나 연락하기 애매해지기도 하고, 먼 곳으로 떠나 모이기 쉽지 않게 되기도 한 것이다.


동네 풍경은 또 어떤가. 예전에 있던 것들이 사라지고 없던 것들이 새롭게 생겨난다. 30여 년간 한 자리를 지켜오던 동네 상가 건물은 어른의 사정으로 대부분의 가게가 빠져나가 폐허처럼 자리만 지키고 있고, 정겨운 밥집, 카페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프랜차이즈들로 가득하다.


그래도 내가 경험했던 그때의 추억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눈 앞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며 지금의 추억을 새롭게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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