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차별주의자가 아닌가요?
차별주의자인지 아닌지 굳이 분류한다면 나는 아마도 차별주의자에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평소 대놓고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편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면 다소 편견적인 발언을 하게 될 때도 있고, 어떤 사건이나 사회적 현상이 나타났을 때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이 가득한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의 차별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며 “결정장애”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그 표현에 대해 과격한 지적도 아닌, 단지 “왜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용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잘못을 느끼고 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렇듯 어떻게 보면 차별에 대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책의 저자조차도 사회에 만연한 무의식적인 차별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차별, 고정관념적인 관점이나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당연하게 행해오던 언행들 중 어떤 것이 차별적인지 잘 들여다보고 앞으로 지양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자도 그러했듯, 내 안의 차별을 목도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차별이라는 것에 대해 ‘부인’하게 된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이런 게 차별이면 다른 것도 차별이겠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큰 진전이지만,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은 것을 담보하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그러한 차별의 대상자가 되는 사람들의 입장에 공감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흉내 내거나 여성 혐오적인 발언을 남발하는 개그 프로그램을 즐겁게 보면서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고 주변 사람들도 모두 즐겁게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현재의 관점으로 본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들이고, 아마 수많은 사람들에게 민원을 받아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나도 모르고 있는 이런 차별적인 생각들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나는 그런 차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입장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조금은 더 강하게 세상에 그것이 차별이라고 외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은 방법이겠지만,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는 그렇게 간단히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누군가가 차별적인 워딩에 대해 상기시켜준 것만으로도 자신의 차별적인 관점을 인식하고 바꾸려 노력했지만, 나의 비관적인 관점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데 왜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아주 미약하겠지만, 두 명, 세 명씩 나의 입장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면, 적어도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도 가능한 한 나 자신에게 향하는 차별에 대항할 것이며, 차별당하는 많은 사람들을 돕는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