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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Nov 17. 2019

책 "여자 프렌들리"를 읽고


    최근 텀블벅으로 판매가 진행된 신지수, 이자연 작가의 "여자 프렌들리"를 19년 11월 16일 언리미티드 에디션 아트 북페어에서 구매한 후 곧바로 읽었다.     


    책은 두 파트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파트는 현재 임상심리 전문가 수련 중인 신지수 작가의 여성의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이하 ADHD)에 대한 이야기였고, 두 번째 파트는 현직 잡지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이자연 작가가 살아오며 만났던 기억 속의 여자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1) Dear My ADHD Women - 신지수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임상심리 전문가 수련이라는 것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임상심리학이란 정신질환을 다루는 심리학 분과로, 보통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3년의 수련과정을 거친 뒤 임상심리 전문가정신건강 임상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수련 과정 중 실제 병원 장면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수련을 마친 뒤에도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주된 업무는 병원의 정신과 혹은 신경과에 방문한 환자에게 심리평가 혹은 신경인지 평가를 실시하고 진단적인 인상을 내리는 역할을 하며, 개인 및 집단 심리치료를 수행하기도 한다. 즉, 정신질환을 다루는 전문 직군 중 하나로 보면 될 듯하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상심리사인 신지수 작가의 글은 일상적인 여성의 삶보다는 ADHD를 가진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DHD란 이름처럼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충동적으로 과한 행동을 하는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들, 특히 과잉 행동의 경우 여아들 보다는 남아들에게 훨씬 더 많은 비율로 관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여아들의 ADHD 증상은 부주의 증상에 국한되거나 아동 청소년기에 식별되지 못하고 성인이 되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며 발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남아들의 자유분방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장려하고, 여아들에게는 얌전하고 조신한 모습을 요구하는 한국(어떻게 보면 세계적인)의 문화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여아들은 이러한 압력에 의해 스스로를 과도하게 검열하고 ADHD 증상을 억누르려 노력하여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 결국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지나 성인이 되어 증상이 심해졌을 때야 문제가 인식되며 치료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점점 진단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성인 ADHD의 경우, 아동 청소년기의 성별별 ADHD 발병 비율을 생각했을 때 여성이 상당히 높은 유병률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즉, 없던 병이 성인이 되어 생긴 것이 아니라, 그간 잘 숨겨왔던 증상들이 성인이 되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성인 ADHD뿐만 아니라, 표준적인 체형을 가진 남성들에게 맞춰져 있는 사회 전반의 기준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2) 내 기억 속 여자 - 이자연          


    두 번째 파트에는 이자연 작가가 삶을 살아오며 만났던 일상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초면에 여자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여자들, 열심히 공부를 열심히 하고 사회를 위해 활동했으나 결혼을 하는 순간 존재가 지워지는 여자들, 그 사이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똑 부러지고 꼼꼼해야 한다는 압력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철없이 행동하는 멋있는 여자들, 그리고 자신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기 위해 광장에 나서고 연대하는 여자들에 대한 부채 의식과 연대감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고 했던가. 이 책에 대해서 느낀 것은 많지만 그것을 말하는 것은 쓸데없는 부연이 될 것 같다.


    그저 이 책에 나온 여성들, 그리고 이 책을 쓴 두 작가가 서로를 위해 연대하고 좋은 글을 나누며 누구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글만 읽고 있는 나는 부채감을 느끼며, 앞으로 조금이라도 묻혀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부당함을 드러내고 지지하는데 거리낌 없이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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