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모든 분야에 별 다른 재능이 없는 사람이다. 운동신경이 둔해서 어린 시절에 구기종목은 하나도 못 했고, 프라모델 조립이나 컴퓨터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시간을 많이 투자했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공부는 물론이고...
그래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뭘 하든지 그렇게 노력하려 하지 않았다. 노력해봤자 어차피 1등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어느 순간부터 노력하지 않게 되었고, 좋지 않은 결과의 원인을 나의 능력이 아닌 게으름으로 돌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어차피 어떤 분야든 가장 못하는 사람과 가장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내가 반드시 가장 잘해야 하는 사람이 될 필요 없다는 생각 말이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지능이 태어나면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결정은 점이 아닌 구간으로 되어있어서, 사람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구간 내에서 최대의 역량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타고난 지능이 90~110 정도의 구간으로 설정되어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90의 지능에서 정체될 수 있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110까지는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주제에 맞지 않게 최고의 사람들과 내 상황을 비교하며 좌절했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면 결국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지점은 어떤 영역에도 통용될 수 있지만, 특히 나는 정치나 사회운동과 같은 분야들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정치나 사회운동과 같은 것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지 일반 대중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어떠한 사회적인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일정 연령이 충족되면 투표권을 갖게 되는,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 명의 사회인이며 정치인이다.
특히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본질은 나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대리인을 뽑는 행위이기 때문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될지 탐색하고 지지하는 행위가 필요한 것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와 같은 여러 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시대에서는 직접적으로 나의 사상을 표현하고 사회나 정치적인 지점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다.
나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에 고민하지 않고,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도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잘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지도 못하고 유의미한 결과도 없지만, 적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그 일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의 내가 될 것이니 말이다. 운이 좋다면 뜻밖의 성취를 이룰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모두 “난 안될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엇이든 도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