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삶의 방향성을 잃고 되는대로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과거의 내가 그렇지 않았느냐 반문하면 할 말은 없지만, 예전에는 막연한 꿈과 이상은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었고…
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땐 오랜 시간 꿈꿔왔던 것에 거의 도달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임상심리 전문가라는 진로를 결정했고 이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교에 입학해 관련된 공부를 하고, 결국엔 대학원 석사까지 졸업해 자격증을 따기 위한 3년 수련과정에 단번에 합격했으며, 이제 3년 차가 되어 약 9개월 정도의 시간만 보내면 어엿한 임상심리 전문가/정신건강 임상심리사 1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적어도 이전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는 없이)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일이고 어떤 사람은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내가 꿈꿔왔던 것의 본질에 다가갈수록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였지?”라는 혼란스러운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2006년부터 2020년인 지금까지, 14년을 달려온 길의 결론이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였다라니? 정말 절망적인 일이다.
하지만 비단 이런 일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꿈이 없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내가 확고한 목표의식과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더 비일비재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도달한 결론은, 나의 목표의식과 방향성은 한 번 정해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그때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확고한 진로를 정했다고 자만한 나머지, 다른 방향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한 길만을 가겠다며 고집스럽게 다른 길에 대한 가능성을 쳐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임상심리 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아직 꿈이 없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고, 다른 것을 생각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며 후회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이 가장 이른 시기고, 내가 여태까지 해왔던 모든 활동들이 내가 앞으로 나아갈 행보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결국엔 내 내면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올해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강물에 떠밀려가듯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의지로 내 모든 행동을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