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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Mar 15. 2020

오래 만났던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오래 만났던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그녀는 꽤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문제였던 것 같으나 나에게는 정말 갑작스러운 이별이었고,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라는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다.


    이별은 이별이고, 생업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슬퍼할 새도 없이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한 달 하고도 한 주의 시간이 흘렀고, 슬슬 그녀와의 추억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수로 5년의 세월은 많은 것을 남겼다. 그녀가 나에게 써줬던 편지들, 생일 때 만들어줬던, 동서남북으로 펼칠 때마다 온갖 사진들과 그녀가 써놓은 글귀들이 나오는 종이 상자, 힘들 때마다 펼쳐보라며 알약 용기에 작은 두루마리 형식으로 넣어놓은 응원의 문구들, 그리고 사진들.


    다시는 볼 수 없을 이 물건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쓰레기봉투에 버리며 깨달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날 사랑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던 것이라고.


    그녀는 언제나 불안정하고 부정적인 나를 위로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해주려 노력했다. 편지의 내용은 대부분 ‘힘내, 넌 할 수 있어, 넌 대단한 사람이야’라는 문구들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워낙 심사가 뒤틀린 인간인지라, 이런 응원들을 그녀의 100%의 진심이라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저 피상적으로, 공허하게 받아들이며 나아지는 것 없이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얼마나 그 사람이 얼마나 진이 빠지고 힘이 들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정작 그녀가 힘들 때에는 나도 힘들다는 핑계로 내가 받았던 것들을 제대로 되돌려주지 않았으니, 나라는 인간이 싫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시 편지와 물건들을 버리며, 그녀도 조금이나마 나로부터 무엇인가 얻어갔기를 바랐다. 혹시 그녀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리고 우연히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다음에는 더 안정적이고 좋은, 선한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마 본인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차마 사진이 담긴 앨범은 지금 버릴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다시 집어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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