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더위가 이어지는 날에는 아무리 좋은 식재료가 있어도, 아무리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열을 사용하는 요리는 꺼려진다. 그렇다고 베를린의 힙스터처럼 각종 유기농 채소에 페타치즈를 흩뿌린 샐러드 보울에 스무디로 끼니를 때우기엔 뭔가 허전하고 억울하다. 물론 가끔 샐러드가 먹고 싶을 때 즐기긴 하지만...
보통 유럽에서는 고기나 생선을 날로 먹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타르타르 tartare 라 불리는 날고기(?) 요리가 있다. 보통 소고기나 사슴고기 혹은 참치나 연어를 이용하는데 한국처럼 대중적이지는 않다. 특히 독일에서는...
하여간 가끔 한국식 육회가 그리울 때마다 유럽식 소고기 육회가 있는 식당을 찾아 즐기곤 했는데 성에 차지 않았다. 보통 간 소고기를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 케이퍼로 버무린 후 두꺼운 버거패티처럼 모양을 잡고 그 위에 신선한 달걀노른자를 얹어 내는데 간 고기여서인지 아니면 너무 치대서 그런지 너무 무르고 양도 적고 심지어는 비싸기까지 하다. 그래서 한 번은 아주 신선한 우둔살을 사다가 얇게 채 썰어서 소금, 후추, 간장, 미림, 참기름 등에 살짝 버무려 먹었더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왠지 전문점에서만 먹어야 할 것 같았던 육회를 이렇게 손쉽게, 저렴하게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그 뒤로 먹고 싶을 때마다 양념을 달리하여 즐기는데 기본적으로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 고추장에 버무린 육회는 잘 먹지 않는다. 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 부어 먹는 것, 순댓국에 다진 양념 풀어 먹는 것.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싫어한다. 주로 간장을 베이스로 한 양념에 버무려 먹는데 위의 사진 속 육회처럼 유럽식으로 즐기기도 한다. 유럽식이라기 보단 그냥 내 마음대로 육회다. 채 썬 혹은 간 우둔살을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에 살짝 버무린 뒤 살짝 로스팅한 잣과 2년 이상 숙성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바로 갈아 얹고 마지막으로 신선한 달걀노른자를 얹어 먹으면... 아, 난 천재 요리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사진 속의 맥주는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체코산 부드바이저 Budweiser로 이름만 빌려 사용하는 미제 버드와이저 Budweiser 와는 차원이 다른 맥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