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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04. 2015

#3. 공원 벤치는? 사랑의 시작


벤치에 앉아 있는 지영은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 마다 긴 생머리가 함께 움직였다.

"간지러워....그만"
자신의 머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바람에게 말했다.

"심심하구나! 그런데 나는 오늘 너와 놀아줄 생각이 없어..."
"나에게 하는 소리인가?"

눈을 떴다.
"어.........헨리다"
헨리가 앞에 있었다.

'이거 영화의 한 장면인가요?"
"영화가 아니지..영화는 우연이고, 나는 널 찾았어.."
"아........................나 감동 받아야 해요? 그런데 너무 오래 걸렸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고 갔으면 다음날 바로 찾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고개 아파요..옆에 앉으세요! 내 전용 벤치가 아니니...돈은 안 받을께요.."
"허..........."

조용히 옆자리에 앉았다. 지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을 감았다. 헨리는 그런 지영을 바라 봤다.

"말을 걸지 말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행동이군"
"아...네"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지영이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는건가? 소중한 물건인듯 했는데..놓고간 이유........"
"음.............소중한 물건이라! 왜 그럴 때 있져?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주길 바라는 거.. 그랬어요...헨리 라면 정말 처음 보는 사람이니..그럴꺼라고 생각했어요. "
"너의 훌륭한 로맨스의 기억을 내가 함께 하게 되는군.. "
"네"

놓고 간 빨간색 다이어리를 지영에게 건냈다.

"이 사랑은 이제 당신꺼예요. 내꺼가 아니라.. 버려주세요.."
"너는 참 엉뚱한 아이군"
"그도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차였나? ㅋㅋ "
"그럴수도.."
"네.................바람이랑 인사하세요..오늘 바람이 참 좋네요"

또 다시 눈을 감는 지영이다. 헨리도 잠시 눈은감고 바람을 느껴본다.
"배고파요"
배가 고파진 지영은 눈을 뜨고는 헨리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두근 심장 쿵
헨리의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어..내가 왜이러지..점점 이 여자에게 말려드는것 같아"

쿵덕 쿵덕

지영이는 헨리의 손을 잡아 이끌고 일어섰다.
잡힌 손을 놓고 싶지 않은 헨리였다.
"이렇게 이 여자에게 끌려가면 안되는데..."

술에 환장한 사람 마냥 연거푸 소주를 마시는 지영을 말리지 않았다.
지영의 술주정이 보고 싶었다.
수저를 손에 쥐고는 허공을 향해 수저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면서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를 웃기다며 중얼거렸다.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드는 헨리였다.

픽~
지영이 테이블에 스르륵 쓰려졌다.
"가........버려............지긋 .........지..........긋해.............두....번...다시는..........보지도 말자...................명..훈.."
"명훈이라...내가 복수라도 해주고 싶은데.. ㅋㅋ 명훈이 아니라 그의 엄마에게 해야하는건가?"

순간 또 지영이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전화기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차 대기 시켜"

테이블에서 엎드려 잠든 지영을 안고 술집을 나섰다.

"사장님... 이 아가씨는 ?"
" 만난 강아지... 오피스텔로 가지~"
"네"

차안에서도 계속 명훈이란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헨리는 오물 오물 거리는 작은 입술에서 자꾸 나오는 그 사람의 이름이 짜증이 났다.

"강실장.. 동연기업의 신명훈이란 사람에 대해 뒷조사좀 해봐.. 집이 어딘지 어떤사람인지.. 자세하게 하나 하나..사돈의 팔촌까지 "
"네.. "

헨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목소리가 신나 있었다.
아주 무료했던 일상에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니가 나에게 준 사랑이니.. 이제부터는 내가 책임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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