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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06. 2015

#4. 블라인드와 메모

"아~~"

눈을 뜬 지영은 자신이 헨리의 침실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도 않았다. 딱 일주일 전과 같은 상황이다. 다른 것 있다면 향기가 익숙했다. 그리고 창가에 쳐 져 있는 블라인드. 침대 옆 협탁에 놓여져 있는 메모 한장

"급한 용무가 있어 나감"
반듯하고 정갈한 느낌의 글씨였다.
"글씨가 예쁘네..."

지영은 일어나 시계를 봤다. 12시 ..
"아.. 점심시간이네.. "
냉장고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생수 몇병과 맥주가 전부였다.
"아니..그 흔한 중국집 연락처도 없다니..."

생수한병과 맥주를 꺼내어 거실 쇼파에 앉아 티브를 틀고는 채널을 이리저리 옮겼다.

"제발 채널 하나만 보면 안되는거야?"
"재미없어..다른데서 뭐하는지만 보자!"
지영이 채널을 바꿀때 마다 명훈은 볼맨소리를 했다.
실컷 재미있게 보고 있을때쯤 지영은 장난을 치듯 채널을 바꾸고 명훈의 골탕을 먹였다
"암튼 넌 엉뚱한 아이야..."
잠깐의 옛추억에 빠진 지영이다.
"쳇.."

"집에 갔을까?"
헨리는 사뭇 궁금했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지영이 집에서 자신을 기다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메모를 적어놓고 나오긴 했지만 기다려 달라던가..곧 돌아오겠다는 내용은 차마 적지 못했다. 그래도 지영이 자신을 기다려 주었으면 했다
거기에 어느 평범한 가정 집 처럼 저녁을 준비해 두었다면 어떤기분일까를 상상하는 헨리였다.
"큭"
차 창 밖으로 자신의 웃는 모습이 신기한 헨리였다.

거실 쇼파에 누워 자신의 집인듯 편히 자고 있는 지영이다.
저녁식사를 준비해 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자신이 어이가 없다.
쇼파 옆 테이블에는 다 마신 맥주캔만이 있었다.
조막만한 입술이 또 오물오물 거리면서 움직였다

지영의 잠버릇인듯 했다.
키스를 한다면 반응은?
키스.........................
오물오물 거리는 입술에 키스를 했다.
입술을 살짝 댄 것이 아니였다. 지영의 빨갛고 작은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포개였다.
순간 놀란 지영이였지만 이내 헨리를 받아드렸다.
헨리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렇게 짧지 않은 키스가 끝난 순간 헨리가 말했다.

"뺨을 때려야 하는거 아닌가?"
"음........"
"......................"
"아직 안늦었는데 한대 맞으실래요?"
"큭.. 아무것도 안먹은거야?"
"네... 집안에 아무것도 없어요..나가서 사올려고 했는데..나가면 못 들어오잖아요.
키도 없고...번호도 모르니...."
"그럼 보통 자기집으로 돌아가지 않나?"
"내가 기다려 주기를 바랬잖아요."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말하는 지영에게
마음을 들킨것 같아 헨리의 얼굴이 빨개 졌다.

"하하하.. 얼굴 빨개 지셨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키스를 받아준 지영이의 진심이 궁금했다.
과연 어디까지 자신을 허락할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뭐하세요? 얼른 짜장면이라도 시켜주세요..배고파요.."
"아...하하.. 그래~"
그냥 웃어버리는 헨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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