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까 Sep 07. 2015

#5. 길 잃은 강아지

딩동딩동
'이 짐 다 뭐야?'
'집 앞에 공원 공사를 해서 시끄러워서 도저히 책을 못 읽겠어요'
'아니 그럼 책만 가져 와야하는 거...'
'한달은 할것 같아요 ㅠㅠ'

여행용가방을 들고 현관에 서있는 모습에 당황한 헨리였다.
아주 태연히 집안으로 들어오는 지영은 쇼파에 앉더니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헨리! 나 커피줘요!'

정말 뻔뻔한 지영이다.

'그렇게 우리집에 눌러 앉을생각은 아니지?'
'어떻게 알았어요. 집세 드릴께요! ㅋㅋ 커피..커피!'

거실 쇼파에 누워 책을 보는 지영이를 힐끔 쳐다보며 헨리는 기분이 그냥 좋아졌다.
5분전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지영덕에 집안의 공기들이 다시 맑아짐을 느끼고 있었다.
거실장에 비친 웃고있는 자신을 보고 다시 웃는다

'도중하차?'
'뭐 그냥 저냥 읽을만하네요! 무리하게 안되는 일에 도전하지 말라네요.. 도망 가는것도 잠깐 숨는것도
좋은거라네요!'
또 지영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도망갈곳이 필요해?'
'네. 숨을 곳이 절실해
'숨을 곳이 나인가? 키스 한번에 숨을곳이 된 건가? 내가 숨겨주면 너는 나에게 뭘 줄꺼지?'

어떤 답을 할까? 사뭇 궁금한 헨리이다.
제법 진지하고 슬펐던 눈빛이였던 지영이 다시 장난스럽게 헨리를 보면 웃었다.

'음....나? 싫져? 밥? 나 음식 못해요..그냥 집세 내면 안될까요? 같이 사는 친구가 결혼을 해요. 지금 당장 갈곳이 없어요'
'너란 여자는...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거야?'
'농담은 진담처럼..진담은 농담처럼'

커피를 건네는 헨리의 손이 살짝 지영의 손과 부딪치는 순간  전해오는 찌릿함이 싫지 않았다.
쇼파 옆에 앉는 헨리의 무릎을 베고 눕는 지영이의 무게감에 또 한번의  찌릿함이 전달됐다
살과 살이 닫는 느낌이 싫지 않은 헨리였다

'결혼을 앞두고 있고 해서 더 이상은 같이 못 살것같아요.
남자친구가 가끔 와서 자구 가기도 하고..
눈치 보이고..내가 먼저 시집갈줄 알았는데.. 이렇게 될지 몰랐져..'
'숨어..생활비는 뭐..빨래나 하던가?'
'키스해줄까요?'
'아니..그건 내가 하고 싶을때 하겠어!'
'아... 생활비 대신으로 나는 안되는구나! 내일부터 빨래나'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는 지영이었다
헨리도 그냥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지영을 한참 보다 티비를 틀어 뉴스를 봤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던것 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끼는 헨리다
그렇게 길잃은 강아지를 집안에 드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4. 블라인드와 메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