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는 당연히 자신의 침대에서 함께 잘꺼라고 생각했다.
내심 기대 했던것도 사실이다.
"남녀가 유별한데 어떻게 한 침대에서 자요!"
"그럼 지영이 침실에서 자"
"아니요.. 그럼 집세도 안받는다면서 그럴수는 없져...그리고 매번 헨리의 침대를 뺏을수는 없어요.. 괜찮아요..
딱 이 쇼파가 딱 좋아요..나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끼어 살아서 이런거 익숙해요..걱정말아요.."
"뭐..정 니가 원한다면..."
그렇게 지영은 헨리의 거실 쇼파 자신의 짐을 풀었다.
지영은 생각보다 부지런하고 깔끔했다. 그리고 잠이 없었다.
자정이 넘어서 집에 들어가면 책을 읽고 있거나 이것저것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식사는 하셨어요?"
"이 시간까지 안먹었을라고?"
"아.. "
"뭐..조금 배가 고픈것 같기도 하고? "
"맥주 한잔 하실래요?"
"음........"
거실 쇼파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지영과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두...고.........아..졸리다.. 헨리가 옆..에 있으면 잠이 와요."
말이 끊어졌다. 헨리의 어깨로 쓰려지는 지영이였다.
"오늘은..좀 편히 자라.."
지영을 안아 침실로 옮겼다.새털같이 가벼웠다.
넓은 침대에 지영을 눕히고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가 옆에 그냥 누워버렸다.
살짝 안아봐도 될까? 이미 키스도 제법 진하게 한 사이였다
옆으로 누워 가위잠을 자고 있는 지영을 자신의 품으로 당겼다.
품안에 들어오는 지영은 꼭 어렸을적 안고 잤던 곰인형 같았다.
조그마한 입술이 또 오물오물 거린다.
"큭"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새끈새끈 자는 지영의 얼굴을 보다가 잠이 든 헨리다.
사막에서 한참을 헤맸다. 그러다가 늪에 빠졌다.
빠져 나가려고 할 때 마다 지영을 더 꽉 잡는 무언가 때문에 힘들었다.
발밑에는 수많은 뱀들이 있었다. 뱀들이 지영이의 다리를 휘감고 기어 올라왔다.
소리를 지를수도 없었다. 발버둥을 칠수록 더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눈을 떴을때 지영은 왜 이렇게 더웠는지..왜 사막에서 해메이는 꿈을
꿨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영을 안고 있는 헨리때문이였다.
안고 있는 팔을 풀려고 하는 순간 더 꽉 안는 헨리였다.
"나 더워요.."
"..................."
"헨리?"
"조금만 더.."
헨리의 말에 지영의 눈이 커졌다.
"네....."
그냥 헨리 품에 안겨있었다.
"언제까지 안겨있어야 해요?"
"지영........"
"왜 그런 느끼한 눈으로 쳐다 봐요? 배고픈데......"
"넌 항상 배가 고프구나..."
"배가 고픈걸까요? 사랑이 고픈걸까요?"
".........................."
또 지영의 눈이 슬프다.그 눈에 키스를 한다.
헨리의 손은 지영의 잠옷 안으로 슬며시 들어간다.
헨리의 입술은 ..지영의 코로 입술로 내려온다.
헨리의 눈은 지영에게 허락을 얻는 듯했다.
지영의 표정을 알수가 없는 헨리였다.
"응?"
"음..................안돼요! 그럼 안해요?"
"하하하 분위기 깨는데 일가견이 있구나! 배고파.. 아침 먹자"
일어나려는 헨리의 손을 잡았다.
"난 배 안고파요. 지금은..."
"너란...여자..."
키스. 그리고....
하나가 되어가는 지영과 헨리
헨리에게 지영은 원래 하나였던것 같은 느낌이다.
침대에 두 남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는 얇은 이불만이 있었다. 그 이불도 헨리에게는 걸리적 거렸다.
지영을 다시 자신의 몸쪽으로 끌어 안았다. 조금은 귀찮은 듯한 지영이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입을 열었다.
"아...그러고 보니 나는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네요? 부자인것 같고...무슨일을 하나요? 사장이져? 그런것 같아요.."
"그래? 사장은 맞고.. 그럼 무슨 일을 하는지도 생각해보지..."
"음..................."
"힌트를 주세요..이왕 이렇게 된거.. "귀여운 여인" 그런 컨셉이였으면 좋겠다. 헨리는 부자니깐..음.. "
"귀여운 여인? "
"네..줄리아 로버츠 나온 기차드 기어랑...거리의 여자와 기업사냥군.."
"하.. 너는 모든게 영화, 소설과 연관 짓는군..."
"지금보다 더 영화 같을라고....뭐 아무튼... 힌트?"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아..........은행? 근데..은행? 사채구나?"
"대부업..이란 단어도 있어.."
"그래서 부자였구나.."
"............................"
헨리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지영 또한 헨리가 자신의 일에 대해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것 같아묻지 않았다.
지영은 헨리가 합법적으로는 대부업을 하는 회사의 사장이지만 실상은 그것이 어떤것인지 직감적으로 알듯 했다.
"근데 내가 숨을곳을 잘 찾은거 맞아요? 어째..더 꼬인 인생을 살것 같은 느낌이네요..에휴..팔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