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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08. 2015

#7. 깨진 유리컵

명훈은 지영과 함께 들어온 동기였다.
입사때부터 지금까지 2년을 사내에서 몰래 연애를 했다.
명훈이 회사의 오너의 아들이란 사실을 프로포즈를 받고 나서야 알았다.
과수원집 아들이라고 말했던 명훈은 그래서 조금 부유할 뿐이라고  항상 말했다.

"그런데 우리의 결혼이 굉장히 힘든 길 일수도 있어! "
"어?"
"사실..............."
"내가 로또 잡았다고 좋아 해야해? 나 오빠네 부모님께 돈도 받고, 물세례도 받고 그런거 해야하는거야?"
"우리 부모님은 그러실분들이 아니야..하지만 조금 너에게 힘든 일이 생길수도 있어..나 믿고 따라 올수 있지?"
"응..."

하지만 달랐다.
명훈의 부모님은 그저 명훈에게만 그런 부모였다.

"꼴이 왜 이모양이야?"
"결국.. 드라마 한편 찍었다."
"무슨 말이야?"
지영의 늦은 귀가와 형편없는 모습에 놀란 혜진이 물었다.
"그만 정리해야 할까봐!"
"명훈씬 뭐래?"
"뭐라긴 뭐래..기달려 달라고 하지.. 근데.. 그게 되겠냐.."
혜진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오빠네 어머니 만났어...돈이라도 주실줄 알았는데..돈은 안주시고.. 물 세례만 주시더라..안 헤어지면 그냥 죽여 버린데.. 헤어지고 자시고도 없더라.. 그냥 죽인데...나..ㅎㅎㅎ."

"너 같은게 어디서 우리 아들을 넘봐! 어머니..내가 왜 니 어머니야. 그냥 조용히 사라져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줄테니깐.. 불법? 나는 그런거 모르고 살았어. 돈이라도 쥐어 줄 주 알았나 본데.. 웃기지마! 너 같은거한테 단 십원도 못줘 ..그냥 죽어 버릴테니... 너만 죽이는거 아니야! 너희 부모. 너희 오빠..너희 친구까지 다 .. 잘 생각해."

온화하고 기품이 있는 명훈의 어머니의 입에서는 무시무시한 독설만이 가득했다.

"그냥 결혼해..그 여자랑......."
"무슨 소리야.."
"나는 괜찮은데 혜진이까지 회사 못다니게 할 수는 없잖아... 나 하나 때문에  가족에게...가족이라고는 일본에 있는 오빠가 전부지만.. 그럴수는 없어."
"도대체..."
"그렇더라구. 나 포기도 빨라..오빠도 지금 뭐 어떻게 할 수 없잖아."
지영이의 체념어린 눈빛을 보고 말없는 명훈이였다.
"나 제발 그냥 놔줘. 이제 지쳤어.."
"........................."
"제발 부탁할께..나 사랑하면 그냥 보내줘.."

회사에는 명훈이 회사 오너의 아들이였다는 사실과 곧 다른 재벌가의 여자와 결혼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로 연일 시끌벅쩍했다. 명훈이 어떻게 해볼 틈도 없이 모든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갔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지영과 명훈이 연인였다는 소문 또한 조용히 퍼져갔다.

"이대리님은 왜 회사를 그만 안두지? "
"글쎄... 신대리님 결혼 하고서 기획실로 발령받고.. 바로 본부장 되고.. 껄끄럽지 않을까? 이제 자기 상사고 곧 이사.사장 되고..."
"근데 이대리님만 불쌍한거 아니야? "
"아니야..야.. 이대리님가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소문도 있어.. 이대리님은 홍보실이고.. 회사 이래저래 뒷이야기도 많이 알고..그리고 이대리님 절친이...비서실 남대리님잖아.. 알려줬을수도 있지..안그래? "

지영은 화장실 안에서 그녀들이 하는 소리를 그냥 듣고 있다.

"이것도 드라마의 한장면인가? 내가 문을 박차고 나가야 하나..아님 여기서 그냥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앉아서 듣고만 있어야 하는건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이대리님...이라...님.."
대화에 존칭이 들어간걸로 보면 후배인듯했다.
선배나 동료, 상사였다면 그냥 앉아 있었을 지영이지만 후배라니 나가 한마디 해줘야 할것 같았다. 문을 열고 나가는 지영을 보고 호랑이를 만난 토끼 마냥 그녀들의 눈이 커졌다. 지영은 태연히 화장을 고치는 그녀들의 옆으로 갔다.

"왜...놀래...귀신이라도 봤어?"
"아니...저....그게..."
"됐어...괜찮아.. 나 비련의 여주인공 놀이 좋아해..불쌍하게 보이는 캔디가 되는것도 좋고,,신분상승의 목메는 신데렐라가 되는것도 좋아.. 캔디든 신데렐라든 암튼 주인공이잖아..너흰 엑스트라고.."

화장실을 나오는 지영의 표정은 씁쓸하다.
"누구는 다니고 싶어서 다니냐? 이 취업난에 때려칠수도 없고..니들이 내 사정을 알아? 비련의 여주인공
캔디. 신데렐라.. 웃기네..하루에 이력서만 수십장씩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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