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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09. 2015

#8. 순대국과 소주로..


심호흡을 하고 있는 지영이다.
당당히 노크를 하고 들어가 인터뷰를 해야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건 일이야.. 그는 이제 새로 들어온 기획실 본부장 신명훈이다. 예전의 내 애인이 아니야.."

가혹한 일이였다. 새로 부임한 기획실 본부장의 인터뷰를 다음달 사보에 실어야 했다.
홍보실 직원으로 당연한 일이였다. 하지만 지금 지영은 그 일이 죽기보다 싫었다.
신혼여행 후 첫 출근을 한 명훈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답이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명훈을 본다는 생각에 내심 떨리는 마음을 진정 시킬수가 없었다.

문을 열었다.
그날 처럼 명훈이 창문에 기대어 밖을 보고 있었다.
지영의 떨리는 심장소리를 명훈에게 들킬까 걱정이였다.

"안녕하세요. 홍...보실 이지영 대...리입니다..오늘 사보 인...터뷰.."
"지영아.."
명훈이 지영에게 다가왔다.
"오지마! 그냥 얼른 인터뷰 끝내고 사진찍고 나 여기서 나가고 싶어"
더이상 지영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명훈이였다.

"앉아서 이야기 하도록 하져"
"네"
지영의 펜이 떨리는것이 명훈의 눈에도 보였다.
툭치면 눈물이 떨어질것 같은 표정이였다.
어떻게 인터뷰를 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은 지영이였다.

"인터뷰의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야기 해주신 많은 계획과 포부 잘 이루시길 바랍니다."
"네............괜........찮........은.거야?"
"네. 아주 괜찮은 인터뷰였습니다. "
"그런 뜻이 아닌거 알잖아?"
"더 이야기 하실거 있으신가요?"
"아니.......지..영아.."
"그렇게 부르지마.."
일어서 나가려는 지영의 손을 잡았다.
"지영아..제발.. 어쩔수 없었던거.."
"알아.."
지영을 뒤에서 안는 명훈이였다.
"온통 니 생각 뿐이였어.. 몇번이고 전화 하려고 했었어."
"아........"
그렇게 뒤에서 자신을 안는 명훈의 온기에 독하게 먹은 마음이 풀리는것 같았다.
"나보고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고.."
".........................."
"싫어! 놔줘.. 지금 안 놔주면 나 직장 내 성폭행으로 신고할꺼야.."
"....................."
"오빠는 오빠대로 잘 살고.. 난 나 대로 잘 살자고..나 다른데 취직할때까지만 다니게 해줘""
안고 있던 팔을 조용히 풀고 방을 나가는 지영이였다.
온몸에 있던 기운이 풀렸다. 다리가 후둘거려 서있을 힘조차 없었다.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지영이였다.
전화기를 들어 혜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혜진아.. 나한테 좀 와줘.. 못 걷겠어.."
혜진은 지영이 어디있는지 한참을 찾았다. 여자 화장실 한쪽 구석에 쭈구려 울고 있었다. 너무나 서럽게 울고 있는 지영을 그냥 말없이 안아주었다.
"근데 제일 짜증나는게 뭔지 알아? 그래도 보니깐 좋더라..미친년같아..내가.."
혜진의 품에 안겨 얼마나 울었을까? 지영이 일어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고 지영은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멀쩡한 표정으로 나왔다. 다만 퉁퉁 부운 눈많이 상황을 알려줄 뿐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오줌은 마렵고..배는 고파!"
"너 요즘 어디서 지내는거야?"
"헨리..."
"헨리? 그 남자?"
"응.. 그냥 도중하차..숨을곳..근데 그곳도 잘못 찾은것같아"
지영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 하는 혜진이다.
"가랑비 피하려다 장대비 맡을것 같은 기분?"
"뭔소리야?"
"배고파..순대국 먹으러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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