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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11. 2015

#10. 어리광


워크샾의 이모저모를 촬영하고 기록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지영이다.

"얼른 끝나라...얼른 끝나라..."

지영은 오후 일정이 얼른 끝나 방에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뿐이였다.
계속되는 고열로 렌즈를 끼고 있는 눈이 빡빡했다.
빡빡한 눈 때문에 계속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고열이나 빡빡한 눈이 아니였다.
뒤에서 느껴지는 명훈의 시선이였다.
본부장이니 워크샾 참석은 당연한 것이지만 지영과의 이상한 소문을 생각한다면 불필요한 마주침은 피하고 싶었다.
명훈의 두 눈빛이 지영의 동선과 함께 움직였다.

"괜찮은거야?"
"아............."

계속해서 두 눈을 깜빡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던 지영이 아프다는것을
알아챈 명훈이 결국 지영에게로 다가와 생수를 한병 건내면서 말을 걸었다.
지영이 아플것을 예상했다
그 날 그렇게 명훈의 방을 나가고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고 나왔던 모습을 지켜봤다.
혜진이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을 했던 명훈이다.
생각보다 예민한 지영이다. 꼭 큰일이 있고 나면 심하게 열이 나고 아팠다.
생수를 건네는 명훈을 무시하고 연신 사진만 찍는 지영이였다. 멀리서 다른 직원들이 오는것을 보고는
명훈은 생수를 옆에 두고는 자리를 떠났다.

"오늘 고생하셨어요..이대리님"
"응..뒷정리 부탁해..나는 몸이 너무 피곤해서 뒷풀이는..."
"용평까지 오셨는데..그래도.."
"응..그냥 숙소가서 그냥 조용히 잘테니..누가 찾으면 모른다고 해줘"

후배에게 대충 핑계를 대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밤바람이 차다. 아직 가을이 오려면 멀었는데 지영에게는 오늘따라 더 차게만 느껴졌다.

"바람이 차.."
어깨로 슬며시 다가오는 손길에 놀란 지영이다.
"어..헨리?"
"추워..아직 열도 심하네.."
지영이의 이마를 짚어본다.
"어떻게 알았어요?"
"아......나야 뭐.........."
"아........................어둠의 사장님....근데 진짜 어떻게 알았어요?"
"강실장.."
"아... 항상 따라 다니시는 그림자?"
"그림자? 그렇게 보이나 보지? 네 눈에는? "
지영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강실장을 찾는 듯 했다.
"이 근처에 계시져?"
"기운 빼지마.. 너 환자야.."
"아...........나 이번 기회에 폐렴같은거..있잖아요.. 비련의 여주인공들이 걸리는 그런병.."
"지영아...."
"농담이예요..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드려요."
정색하는 헨리의 표정에 지영이 진지하게 말했다.
"나 피곤하니깐 돌아가요.. 들어가 쉬어야 겠어요.."
"응.. 내 숙소로 가.."
"엥?"

"진짜 헨리도 부자구나..용평에 개인별장이라니...여기저기 구경하고 싶은데요..내가 너무 기운이 없어요.."
배정을 받는 숙소로 들어가면 편히 쉴 수는 없을것을 예상한 지영이다.
그래서 못이기는 척 하고 헨리를 따라왔다. 그리고 잠시라도 명훈의 시선에서 피하고 싶었다.
"어.. 쉬어.."
"네.."
지영을 침대에 눕히고 헨리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파요..나 세상에서 주사가 제일 싫어요.."
헨리가 전화를 한 곳은 아마도 의무실이였던 듯했다.
링겔을 꽂으려는 간호사와 지영이 실갱이 중이다.
"조금만 참으세요. 이거 맞으시면 금방 괜찮아 질테니.."
비맞은 강아지처럼 처량한 눈빛으로 링겔을 맞고 싶지 않다면 헨리를 바라봤다
"애같이 굴지 말고...그런 눈으로 봐도 소용없어"
헨리는 그런 지영이 귀엽다. 하지만 지영이 더 아픈것은 싫다.
"잉"
헨리의 앞에서는 마냥 어린아이가 되는것 같았다. 첫만남부터 장난스러워서 였을까
헨리에게는 그냥 어리광을 부리고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지영이다.
항상 배려와 따뜻함을 주고 싶었던 명훈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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