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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13. 2015

#11. 살구색 복숭아


잠든 지영의 옆에서 밀린 서류를 보고 있는 헨리는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받는다.

"....................."
"너 어디있는거야?"
명훈이다. 그와의 첫 대화.

다급한 명훈의 목소리만으로 짜증이 났다.
"자고 있습니다"
"당신 누구야? 지영이 바꿔!"
"지금 링겔 맞고 곤히 자고 있습니다. 숙소에 있으면 쉬지 못할 것 같아 내 별장으로 데려 왔습니다."
'당신 누구냐고?"
차분히 말하는 헨리와는 달리 명훈은 흥분하고 있는듯 했다.
"지영이가 도중하차 한곳"
"무슨 말 하는거냐고?"
"정 걱정이 되다면 포레스트 21호"
헨리는 명훈에게 자신의 별장을 알려주었다. 찾아와 보라는 듯.
이제 더이상 명훈의 지영이 아님을 느끼게 할 생각이였다
"니 사랑은 나한테 지영이 버렸어.."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비켜..'
밖이 시끄럽다. 명훈이 왔다.
"강실장 들여 보내.."
헨리의 말에 명훈을 막고 있던 강실장이 손을 내리면서 길을 내주었다.
한껏 상기된 표정의 명훈은 이 상황이 어리둥절 할 뿐이다.
"지영이는 자고 있으니깐 목소리를 낮춰!"
"당신 누구야? 누군데 지영이와 함께 있는거야?"
"목소리 낮추라고.. 이제 막 잠들었어.."
"지영아..지영아...."
큰소리로 지영이를 찾았다. 별장 안을 살피는 명훈이였다.
그런 명훈을 바라보면 한마디를 던지는 헨리였다.
'너도 아직 어리군...'

"헨리...헨리......."
방안에서 지영이 헨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찾는 명훈의 소란으로 아마 지영이 잠에서 깬 모양이였다.
"목소리 낮추라 했잖아! 잠귀가 밝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나..단 하루만 함께 있어도 알 수 있던데.."
헨리를 따라 명훈도 지영이 누어있는 침실로 향했다.
"나 이 링겔..좀 빼줘요.."
힘들게 일어나는 지영을 받아주는 헨리의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놀란 명훈이다.
"그냥 누어 있어! "
명훈은 지영과 헨리 사이에서는 이미 투명인간이였다
"아니요...갑갑해요.. 이상한게 나한테 자꾸 들어가는 느낌이 예요.."
지영의 팔에 꽂여 있는 링겔을 아주 조심히 빼는 헨리였다.
"일어나.. 나가자..여기 있지 말고..숙소로 가..내가 다른 방 잡아줄께..'
명훈이 지영을 거칠게 잡아 일으켜 세우려 하는  순간 링겔의 주사가 튕겨져 나와
지영의 팔에서 피가 흐리기 시작했다.
"놔.. 여기 있을꺼야..그리고 제발 가줘.. 내일 아침에 아무일도 없는듯이 숙소로 가서 무사히
워크샾 일정 소화할테니.. 제발 가줘..오빠"
"지영아.. 난 아직 널 사랑해..우리 이러지 말자.."
"더 말하기 싫어..제발 가...헨리 저 사람 좀 내 앞에서 치워주세요"
헨리의 표정이 일그러 지기 시작했다.
"그만 가지!"
"당신이 빠져..지영이와 나의 문제야.."
"이제 당신의 지영이 아니야..내 지영이야.."
헨리와 명훈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했다.

쨍그랑...
링겔병을 바닥으로 던지고는 지영은 작은 유리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아주 조용히 자신의 왼쪽손목으로 유리조각을 가져갔다.
"오빠 지금 여기서 안나가면.. 시체 치워야 할꺼야.."
이미 지영의 왼쪽 손목에서는 피가 흐리고 있었다.
초점을 잃은 눈과 쳐진 어깨 비틀거리면서 힘겹게 말을 이어간다.
"죽는거 봐야겠어?"
당황한것은 명훈만이 아니였다. 헨리의 표정이 더 과간이였다.
"지영아..내려놔.. 제발...응?"
"헨리..당신도 가만히 있어요"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헨리를 보고는 지영의 오른손에는 더 힘이 들어가고 왼쪽손목에서는 피가 더 붉게 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헨리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지영의 손목에서 떨어지는 피가 자신의 심장을 미친듯이 뛰게 하는것 같았다.
"강실장..강실장..이새끼 치워버려..아니..죽여버려.."
밖에 있던  경호원들이 힘으로 명훈을 끌고 나갔다.
발버둥을 치면 버티는 명훈이 나간것을 확인 하고서야 지영은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터벅터벅

찰싹
"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헨리의 손이 지영의 뺨을 때렸다
"한번 만 더 이래"
주저 앉은채로 헨리에게 뺨을 맞는 지영은 그대로 울기 시작했다.
"뭘 잘했다고 울어!"
"흐..흑... 흑..."
"강실장! 구급약...아니 의무실에 전화해 의사 얼른 튀어 오라해!"
신경질적으로 강실장을 찾았다.
"흐..흑..흑 엉.. .엉"
"뚝 그치지 못해!"
"아..프잖아요.. 헨리.. 아파요!"
7살 어린아이 마냥 울면 왼쪽뺨을 어루만지는 지영이다
손에 얼굴에 눈물과 피로 범벅이 된 지영의 예상치 못한 말에 어이가 없는 헨리였다
"어디봐!"
지영이 헨리를 향해 자신의 왼쪽뺨을 들이댔다
"예쁜 분홍색으로 부어 올랐어요?"
"참나! 그래 살구색 복숭아 같아!"
"그래도 아파요!"
"뺨 만 아파? 피 철철 나고 있는 니 손목은 안아파?"
"네..신기하네!"
"우선 치료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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