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도 창밖만 볼 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지영이다.
말을 걸어보려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여자를 달래는 법을....먼저 말을 거는 법을....몰랐다.
딱히 교감을 나눈 여자는 없었다.
한 두 번 만나 저녁을 먹고 가끔 섹스를 하는 정도의 가벼운 여자들이였다.
몇번의 저녁식사와 섹스로 마치 연인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들이였다.
그냥 그런 시사한 여자들이였다. 헨리는 수다스럽고 시끄러운 여자들도 딱 질색이다.
그런데 지영이 조용하다.그것이 무서운 헨리이다.
"똑똑"
"..............."
노크를 하고 방문을 살짝 열는 헨리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지영이다.
"뭐하는 짓이예요? 왠 노크"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헨리도 자신의 행동에 멋적었다.
"여긴 헨리 방이예요..난 헨리 방에 잠시 있는.....손님인데.."
"손님이라........."
"우선.. 들어오세요.."
헨리는 문앞에서 머뭇거리다 지영에게로 갔다.
"배는 안고파?"
"난 맨날 배만 고플까?
"배가 고픈게 아니라........사....랑이..고....내가 배가 고파.. "
또 말을 있지 못한다. 자신의 입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말하기가 어색했다.
"아..그래요? 내가 맛있는거 해줄께요.. 솜씨 한번 발휘 해보지"
지영의 기분을 신경쓰고 있는 헨리의 마음을 맞춰 주고 싶어서 헨리를 향해 웃어주었다.
활짝 웃는 지영의 얼굴을 보고서야 안심이 되는 헨리다.
"살 것 같다"
"겨우 먹고 싶은게 김밥이예요?"
"응.."
"한번 해보지...마트가요..마트..."
"마트??"
"네..당근. 단무지 같은 거 사야죠.."
주말 오후의 마트는 아주 복잡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헨리다.
"복잡하네.."
"주말은 다 그렇져.."
쇼핑카트를 헨리에게 건넸다.
"이거 밀어요.."
"어... "
지영이 헨리에게 팔짱을 꼈다.
"아직 어지러워요.. 부축이야..부축...그리고 이런데서 그냥 걸어다니면
그게 더 이상해요"
"아..."
싫지 않다. 헨리에게도 평범한 일상이 자신과 함께 하는 기분이다.
함께 카트를 밀면서 이것저것 그냥 마구잡이로 장을 보는 지영이다.
"알고는 담는거야?"
"음..사실 잘..그래도 해줄꺼예요.. 해줄래~"
"그래"
"근데 지영아.. 어째~ 과자랑 술안주가 더 많다!"
"어머...그러네요..아! 온 김에 라면도 사요.. 그리고 계란도 사고..왜 신혼부부처럼
그런것들 다 사요..신혼부부 놀이..."
"신혼부부놀이라....."
"여보.."
헨리를 향해 콧소리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지영이다.
"하하하"
순간 놀이가 아니라 정말 신혼부부라면 어떨까 생각하는 헨리였다.
주방에서 왔다갔다 분주한 지영이다.
요리에는 소질이 없다는건 알고 있지만 해보려고 아둥바둥하는 지영이 마냥 이쁜 헨리이다.
몇 시간을 낑낑 거리면 뭔가를 하더니 거실 테이블로
썰지 않은 긴 김밥을 쟁반에 한가득 가져나왔다.
"티비 보면서 썰려구요"
헨리의 앞에서 서투른 칼질로 김밥을 썰면서 드라마를 본다.
재벌가의 시집을 간 평범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던 지영이의 칼질에 짜증이 가득한듯 했다
"하마트면 내인생이 저리 될뻔했어요!!"
"그래..."
"짜증나...."
지영이의 말이 왠지 씁쓸했다. 아직도 명훈를 잊지못한걸까?
김밥을 썰어 옆의 그릇에 예쁘게 담았다. 헨리는 하나씩 그 김밥을 먹었다.
"맛있네!"
"아...진짜?? 많이 먹어요!!"
"응"
"못잊어져서..그 사람이 생각 나서 그런거 아니예요.
그냥 내가 잠시나마 사람취급도 받지 못했던 그 시간이 아까워서 그래요
그리고 내 예쁜 손목에 생긴 상처가 속상 한거예요.."
"그래..."
짜증나라고 무심코 던지 한마디에 헨리의 표정이 살짝 안 좋음을 또 느낀 지영이였다.
지영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온통 촉각이 곤두서 있다.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 하고 있다
지영이란 늪에 빠져있다.
처음에는 발. 무릎 가슴...그리고 ...
빼지못한다면 더 깊게 넣으라고 했던가?
"널 지켜줄꺼야!"
"응?? 뭘 지켜요??"
"너!!"
"쳇..난 내가 지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