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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15. 2015

#14. 꽃의 효과

생각보다 별 반응이 없는 월요일 회사풍경이다.
지영이 워크샾 중간에 사라진 것에 대한 의문이나 신경 따윈 쓰지 않는듯 했다.

"하하..내가 이 회사에서 이정도의 인기뿐이였군..이런게 김칫국인가?"

사내 메신저로 혜진에게 메세지가 왔다

비서실 남혜진 : 니가 없어진 이유를 설명 하느라 진땀 뺏다
홍보실 이지영 : 뭐라했냐?
비서실 남혜진 :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집에 일이 생겼다했어!
홍보실 이지영 :ㅎㅎㅎ 하나뿐인 오빤.. 일본에 있는데 일은..무슨..
비서실 남혜진 : ㅋㅋ 믿더라..
홍보실 이지영 : 그래..ㅋㅋ
비서실 남혜진 : 헨리라는 분 잘생겼던데..잘 물었어! 뭐 하는 사람이야?
홍보실 이지영 : 말하기 귀찮아..할말도 없고..
비서실 남혜진 : 까칠하긴..이따 점심에 봐! 미친 회장님이 나 찾는다..

사보에 실을 사진을 보고 있는 지영이다.
모니터에는 웃고 있는 명훈의 얼굴이 가득있다.
"완전 이상한 사진으로 실을까보다."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에서는 이제 제법 본부장의 카리스마도 느껴졌다.
"사진 한장 쯤 추억으로 간직 해도 되는거 아닌가?"
몰래 휴대폰으로 창에 기대어 책을보고 있는 나름 설정느낌이 가득한 사진을 전송했다.
명훈과의 많은 추억은 빨간색 다이어리에..그리고 그 빨간색다이어리는 헨리에게 버렸다.
헨리가 그 빨간색다이어리를 어떻게 했는지 지영은 알수가 없었다.

"강실장"
"네..사장님?"
"기분이 우울한 여자들에게는 뭘 선물을 하지?"
"네?"
"아침에 지영이가 회사에 가면서도 축 처져있어서..."
"아 사모님께 선물을 하실려고 하시는겁니까?"
"사모님?"
강실장이 사모님이란 표현을 쓴것에 대해 놀라는 헨리다.
말을 아끼는 강실장이다. 쓸데없는 말도 틀린 말을 한적도 없다.
항상 해야할 말만 하기 때문에 더욱 강실장을 아끼는 헨리다.
그런 강실장이 지영에게 사모님이라 했다.
"강실장이 보기에 지영이가 어떤가?"
"제 의견이 중요하십니까?"
"뭐.."
괜히 쑥스러운 헨리다. 처음 연애를 하는 20살의 남자마냥
자신의 친구들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하고 자랑하고 싶은 기분이였다.
"출근하면 여직원들에게 물어 어떤게 좋은지 알아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그러니깐 지영이가 어떤지 왜 답을 안해?"
"아.. 귀여우십니다.."
"그게 다야?"
"..........."
"하긴 강실장 그러니깐 아직까지 연애한번 못한거야?"
"아..저 연애 해봤..습니.,다"
더듬 더듬 말하는 강실장도 멋적은듯 웃는다.
헨리도 피식 하면 웃었다. 출근길 차안의 분위기가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헨리와 그 주변의 사람들이 지영으로 인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여기 이지영씨가 누구신가요?"
"전데요?"
"꽃배달 왔습니다."
"네?"
"싸인좀 해주세여"
지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인수증에 싸인을 한다.
"대리님..누구예요? 벌써 애인 생겼어요?"
지영은 대외적으로는 명훈과 사귄적이 없다. 그런데 벌써라니...
후배가 질문을 하고도 민망해 한다.
"아..벌써? 나 애인 있었어?"
"하하..꽃이 너무 많아요.그리고 너무 예뻐요."
"음...그래.."
"이거 들고 가는것도 일이겠어요.."
"응..안그래도 보내준 사람한테 데릴러 와 달라고 해야겠어.."
꽃을 한참 바라보고 있다. 너무나 크고 화려한 장미꽃 다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지영이다. 카드를 보았다.


"이걸로 대충 시선을 피할수 있었으면.."
아마도 지영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회사에 나길 바라는 듯 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명훈과의 일들도 유아무야 지나갈것이라고 생각하는 헨리다. 마침 지영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받았아요..근데..이게 내가 못 들고 가겠어요..이따가 데릴러 와 줄래요?...네...이따 6시에 회사 앞에서 봐요"

일부러 더 크게 이야기하는 지영이다.  그 후배는 분명 통화를 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지영의 이야기를 할것이다. 소문은 삽시간에 회사로 퍼질것이고, 새로 생긴 남자가 누구인지 퇴근시간까지 여기저기에서 추측을 해가며 떠들어 될 듯하다. 헨리의 으리으리한 차에 화려한 꽃을 들고 타는 지영을 보면서 명훈과의 소문은 사라질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영이가 데릴러 오라는데?"
헨리가 신이 났다.

"꽃의 효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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