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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20. 2015

#19. 또 다른 지영

잠든 지영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침대를 쓴 후 알게 된 사실은 지영은 정말 예민했다. 잠에 잘 들지 못하는것도 문제였지만, 악몽을 꾸는지 항상 잠을 자면서도 힘들어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죽은듯이 잠을 자고 있었다. 지영이 숨은 쉬고 있는지 살짝 손을 코에 대보는 헨리였다. 지영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웃긴 헨리다.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발소리에라도 깰까  조용히 침실을 나왔다.
지영과 함께 갔던 작은 까페에 가서 간단히 샌드위치라도 사올 요량이다
"아메리카노 2잔 ..음 샌드위치?"
어떻게 주문을 해야할지 난감한 헨리였다. 한참을 망설이는 헨리에게 아르바이트생이 말을 걸었다
"지영언니 먹을꺼 사실려고 하시는거져?"
"아.."
"저번에 같이 오셨잖아요. 이름이 같아요. 저랑..항상 아침마다 커피랑 베이글을 사가시거든요"
"아 그렇군요..그럼 지영이 항상 주문하는걸로 챙겨주시겠어요?"
"네.."
지영과 같은 이름을 한 아르바이트생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베이글을 넣은 작은 봉투를 건내며 말했다
"언니는 아이스만 마세요"
"아...그런가요?"
"네.."
"맺힌 한이 많아서 커피로 한을 식혀야한다고 하던데요. 참 재미있는 언니예요"
"큭..지영스럽져?"
함께 지낸지 한달 사이에 헨리의 모든것을 바꾸어 놓은 지영이다. 다른 지영과 지영의 이야기를 나누고 지영의 점심을 산다. 웃기다. 그리고 즐겁다
"도대체 베이글에 치즈도 바르지 않고 그냥 무슨맛을 먹는지...오늘 아침에 안들려서 걱정했는데..별일은 없져?"
"네..오늘 하루 쉬기로 했습니다...지영에게 다른 지영이 걱정했다고 전해드리겠습니다"
"다른지영..네 ..내일은 꼭 와달라고 해주세요. .긴히 할말이 있다고 "
"네"
헨리가 돌아서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다른 지영이 장난스럽게 말한다
"아저씨..글씨가 마음에 듣다고 했어요"
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헨리다.
지영이 자신의 돈 말고 마음에 들어 하는것이 한개라도 더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지영의 마음이 어떤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심 불안한 헨리였다.

헨리와 지영이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 식탁는 아주 단촐했다.
그냥 구운 몇개의 베이글과 아메리카노 뿐
그래도 지영은 맛이 있는지 베이글을 손으로 들고, 뜯어 먹고 있다.
"꿈을 꿨어요. 헨리도 꿈을 꿔요?"
"아니..나는 꿈을 잘 꾸지 않아.."
"아..기억을 못하는걸수도 있어요. 아무튼 나는 꿈을 아주 잘꿔요..가끔 나 잠꼬대 같은거 안해요?"
"글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헨리는 잠이 많은 사람이였다. 한번 잠이 들면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웬만에서는
잘 깨지 않는다. 그러니 지영이 잠꼬대를 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가끔 아픈듯 흐느끼는 소리나, 춥다고 안아달라고 하는 잠투정에 깨기도 한다.
"우리집이였어요.....내가 어렸을적 살던집
나는 안방 장농 이불칸  이불사이에 들어가 천둥 번개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무서웠어요
근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당신이 서 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괜찮아. 이제 그만 작은 세상에서 나와"
어린 나는 당신 품에 안겨 잠이 들었어요
그런데 경고예요! 아무리 어린시절에 나지만 다른 여자 안지말아요..
난 어린 나에게도 질투하고 싶지 않아요..."
지영이의 말에 헨리가 심장이 다시 두근거렸다.
이제야 지영이의 마음이 어떤지 확인을 받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넌 너한테도 질투를 하는구나?"
"네...이제부터 그럴생각이예요. 그 베이글 안 먹을꺼면 내가 먹을래요.."
헨리의 접시에 있던 베이글을 잡으면 지영이 말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나한테 맞춰요... 난 베이글에 절대 치즈를 바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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