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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 Sep 21. 2015

#20. 남자의 눈물

하루 쉬었다는 이유로 오전 내내 팀장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지영은 점심시간에는 이미 지쳐있었다.
수저를 내려놓고 지영이 입을 열었다.


"하도 욕을 먹어서 배가 안고프다"
"그래도 먹어..너 요즘 얼굴이 반쪽이다"
"정말? 나도 그럴때가 있구나.."
웃으면 말하는 지영을 따라 웃는 혜진이지만 그런 지영이 걱정이다.
다시 수저를 집어 국을 조금 떠 먹는 지영을 빤히 보는 혜진의 얼굴에는 궁금한것이 가득했다.
그걸 눈치 챈 지영이다.
"묻지마.. 내가 말하기 전까진 절대로 묻지 말아줘. 그냥 냅둬줘.."
"그...........래...........다만... 이번엔 정말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냐"
지영과 혜진이 식사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 보고 있는 명훈은 어제 지영이 결근을 했다는 이야기에
걱정중이였다. 명훈은 항상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지영을 보기 위해 사내 식당으로 향했다.
명훈이 사내식당에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반대쪽에서 명훈이 자신들의 테이블로 걸어오는 것을 본 혜진의 눈빛이 흔들거렸고, 그것을 본 지영은 아무런 미동없이 그냥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이지영 대리 식사 후 내방으로 좀 올라 오세요"
명훈이 지영과 혜진의 테이블에 서서 말을 하는 순간 식당의 모든 시선이 그 테이블로 향했다.
웅성..웅성...
"네"
지영은 우선 당황하지 않는 덤덤한 표정으로 답을 했다.
여기서 실갱이를 해 봐야 소문만 더 무성해 질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명훈은 다시 다른 테이블에 앉아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직원들과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옆눈으로 겹눈질 하듯 쳐다 보는 지영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개자식"
그 소리를 들은 혜진이 피식 하고 웃는다.
"그러게 진짜 개자식.. 괜찮겠어?"
"응.. 진짜 제대로 정리해야지"
"그래"
지영이의 눈빛이 단호했다.

지영이 너무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답하는것에 살짝 놀란 명훈이였다.
그 반응에 점심식사 후 사무실에서 지영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고 불안했다.
띠..인터폰이 울렸다
"이지영대리 대기중입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지영이 들어왔다. 명훈이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는데 지영이 먼저 쇼파에 앉았다.
"차는 필요없다고해...마시고 싶지 않아!"
"어..그래"
명훈을 사무적으로 대하는것이 아닌 평소의 모습대로 대하는 지영에게 또 놀라고 있었다.
"계속 책상에 앉아있을꺼야?"
"어..아니..."
명훈이 일어나 쇼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지영과 마주보고 앉았다.
"오늘은 이대리로 온거 아니고, 지영이로 온거야.."
"어..."
한동안 지영과 명훈 사이에 정막이 흘렀다. 지영의 눈치를 살피는 명훈은 한결 부드러워진 지영이 표정에
살짝 안심인듯했다.
순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책상으로 걸어가 책상 서랍을 뒤지던 명훈이 파란색 작은 상자를 가지고 와 지영에게
주었다.
"여행가서 하나 샀어..그전부터 계속 주고 싶었는데..."
"오빠..이거 못받아.."
"........................................"
"우리 이미 끝났어. 나 숨겨진 여자, 내연녀, 불륜....이런 거 하고 싶지 않아.. 자신도 없어."
"......................................."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 명훈인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했다
"나도...내가...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그냥 네가 내 옆에 없다는것 만으로도 아무것도..."
"잘 하고 있어. 밥도 먹고, 회사 나와서 일도 하고... 그렇게 하면 돼..나도 처음에 죽을것 같았는데..그냥 저냥 살아지더라고..우리 진짜 각자 잘 살자"
일어서는 지영이의 손을 잡는 명훈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영아.. 제발.. 날 떠나지마"
명훈의 손이 떨려 오는것이 느껴지는 지영이였다
"내가 앞으로 더 잘할께.."
"뭘 더 잘해...와이프 버리고 올꺼야? 그럴수 있어..오빠네 엄마가 나 죽인다고 까지 했었어! 기억안나?"
답이 없는 명훈이다. 명훈의 손을 살짝 빼고는 나가려는 지영을 뒤에서 앉고는 명훈이 흐느낀다.
"제발 가지마............."

남자의 눈물.
당황한 지영이다.
"내 손 놓지 말아줘"
약해질 때로 약해진 남자의 숨소리. 심장이 아픈 지영이였다. 그렇게 지영의 뒤에서 혼자 말로 가지말라고 하는 명훈을 뿌리칠수가 없었다. 뒤돌아 명훈을 바라봤다.
"오빠..이러지마... 이런 모습 보고 싶지 않아"
지영의 단호했던 목소리는 이미 봉인 해제 되듯 나긋나긋 해졌다.
자신을 두고 떠나려고 하는 엄마를 간절한 표정으로 붙잡는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 명훈을 보면서 지영의 마음은
이미..........어느 한 곳에 가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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