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글쓰기

숭례문 학당 온라인 100일 글쓰기를 시작하다.

by 글로다움

둘째가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숭례문 학당에서 100일 글쓰기 과정이 개설되었다. 아침형 인간도 되고 싶고 육아가 아닌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애들 잘 때 폰으로 작성하면 될 거야. 한번 해보자!'라고 앞뒤 따지지 않고 덜컥 신청부터 했다.


낮과 밤이 바뀌고 잠이 없던 아이 둘을 키우면서 매일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돌 잔치 일주일 전 수유를 중단했던 큰아이 때와 달리 둘째 때는 젖몸살이 출산 두 달 만에 찾아왔다. 아이는 배고프다고 울고 불고 난리인데 너무 아팠다. 너무 힘들면 친정으로 향했다. 아파서 잠도 못자고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병원 다녀온 날에도 수유하면서 글을 쓰다가 저장해 두고 아이 잠들면 또 스마트폰을 들어 글을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애둘 독박 육아에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자꾸 건너뛰는 날이 생기자 ‘잘 써보자’ 던 욕심은 사라지고 ‘완주만이라도 하자’라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 결과 100일 중 70일 좀 되지 않은 글을 써서 카페에 올렸고 100일 글쓰기 완주 수료증을 받았다. 지금 글쓰기 카페 들어가서 전에 썼던 글을 보면 형편없는 글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것은 크다.


가장 큰 수확은 나를 객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했던 행동과 생각들을 3자의 입장에서 다시 바라보고 이유를 찾아내려는 작업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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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매일 써야 하니 새로운 소재를 찾고 싶었으나 두 아이를 키우는 일상은 똑같이 반복된다. 외부에 나가 타인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이뤄지는 일이 새로울 게 무엇이 있을까? 밤에 자주 깨는 둘째와 껌딱지인 큰 애를 돌보는 하루는 아이들이 먹는 반찬과 입는 옷만 빼고는 전날과 똑같았다. 갑작스러운 승진과 함께 회사 내에서 중요한 직무를 담당하게 된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 퇴근했기 때문에 평일에는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돌이켜보면 이 시기가 제일 힘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글 쓸 때마다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감이 오지를 않았다. 그렇다고 매일 애들이랑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쓸 수도 없고... 초등학교 방학 때 밀린 일기처럼 뭐를 써야 할지 몰라 컴퓨터를 켜고 한참을 멍 때리다가 그냥 전원을 꺼버린 날도 있었다.


글쓰기 시작한 지 10일이 지난 오늘 머리가 멍하다. 잠을 못 잔 탓도 있지만 뭐를 써야 할지 막막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양한 주제로 분량도 많던데 난 겨우 채우는 느낌이다.


난 늘 바쁘게 살아왔다. 첫 애 임신 막달 때는 매주 토요일마다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 중요한 구절을 적었으며 큰 애 9개월부터는 애를 안고 뜨개질을 배우러 다녔고 어린이집 보낸 후에는 옷 만드는 수업을 듣고 지금은 생후 83일 된 아이를 안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쓰기 과제를 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친구와 함께 유럽여행을 갔었다.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던 친구의 숙소에 가서 일주일간을 함께 지냈는데 아침 6시에 눈이 떠져 책을 읽고 있는 내게 친구가 말했다. “여행 와서 왜 그러냐? 진짜 대단하다 ‘ 지금도 가끔 그 친구들과 모이면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다. 언니 진짜 부지런하다고...

그렇다. 난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멍 때리면 불안하다. 바쁘게 살지 않으면 시간을 버렸다는 죄의식마저 들 때가 있다. 잃지 않아도 가방 안에는 책과 다이어리가 들어있어야 하고 자기 전 내일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머릿속으로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늘 하고 있는데 손에 잡히는 건 없다. 마무리하는 게 하나도 없다. 영어 공부도 시작만 있고 캘리그래피도 시작만 하고 옷 만드는 수업도 원단만 쌓여가고 속도는 한없이 더디다. 체력도 약하니 늘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몸이 고장 나니 이제야 행동을 멈추고 나를 돌아본다.

나 바뀔 수 있을까?


(100일 글쓰기 할 때 썼던 10일 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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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처럼 무엇을 써야 하는지도 모른 채 키보드를 놀릴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글 소재를 찾기 위해 주변에 눈을 돌리는 나를 발견했다. 큰 아이 어린이집을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나 둘째를 재우기 위해 유모차 끌고 동네 산책을 할 때 눈에 들어온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문득 연결된 과거의 한 장면을 회상하며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과거의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글에 쓰일 소재를 찾으며 일상과 내 과거를 연결하기 시작했고 그 잡념들은 내 안 깊숙이 달래지 못했던 어른 아이를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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