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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레탕트 Feb 04. 2022

<어나더 라운드>
술에 취해 부르는 인생예찬

<어나더 라운드> 영화 후기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술을 마실 때 혹은 주류 광고에서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문장이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이 문장이 실제로 유효한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아래 글에는 <어나더 라운드>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나더 라운드> 포스터 (출처:IMDB)


영화는 4명의 고등학교 교사가 ‘인간의 삶에 혈중 알콜농도 0.05%가 부족하다.’ 라는 가설을 입증하는 과정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하는 4명의 교사들은 중년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으며, 각자의 이유로 삶에 열정과 행복이 사라져 인생에 전환점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중 한 명인 ‘니콜라이’의 생일 축하자리에서 삶에 알코올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에 모두가 흥미로움을 느끼고, 다음날 마르틴이 이 가설을 실천하면서 그들의 위험한 실험은 시작된다.


<어나더 라운드> 스틸 이미지 (출처:IMDB)


"humans are born with a blood alcohol level that is 0.05 per cent too low."
(인간은 혈중 알콜 농도 0.05%가 부족한 상태로 태어난 거야.")


그들은 모두 ‘교사’인 만큼 그들의 음주는 철저하게 통제된 실험이어야만 했다. 언제나 0.05%의 혈중 알콜농도를 유지해야 했기에 학교 안에서 대낮부터 술을 마셔야 했지만, 지나친 의존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밤 8시 이후에는 금주하는 자신들만의 규칙을 세워 실험을 수행한다.


그들의 음주 실험은 시작부터 굉장한 효과를 보였다. 전문성 없고 지루함만 가득했던 교실에 활기가 돌고, 학생들은 교사들의 수업에 열광하며 소원했던 가족과의 사이에도 사랑과 행복이 스며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어나더 라운드> 스틸 이미지 (출처:IMDB)


음주 실험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인 만큼, 정말 다양한 주종이 등장하며, 주종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의 음주를 흥미롭게 묘사한다. 술을 입에 대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음주 욕구를 유발할 정도로 영화는 술을 맛있게 연출한만큼, 얼핏 보기에 술을 권장하는 음주 예찬 영화로 보여지지만, 동시에 지나친 음주에 대해 경고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 실험을 진행할수록 그들의 가설은 점점 더 과감해져, 만취의 상태의 행동을 확인한다는 핑계로 절제를 위해 마련한 규칙들조차 어기게 되고 그들의 실험은 점차 삶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어나더 라운드> 스틸 이미지 (출처:IMDB)
"What is youth? A dream. What is love? The content of the dream."
(청춘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꿈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꿈의 내용이다.)


결국 등장인물 각자의 삶에서 술은 결핍된 무언가를 잠시 채워주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들이 마신 것은 사라졌던 열정과 용기였으며, 더 나은 것을 찾으려는 의지와 노력이자 가족을 돌보는 세심한 배려와 사랑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술이 아닌 동기부여가 아니었을까.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키르케고르의 시 “청춘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꿈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꿈의 내용이다.”에서처럼, 4명의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청춘과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호숫가 음주 달리기 행사는 젋은 청춘들의 무모함, 치기로 보여지기도, 감당 할 수 없는 활력과 열정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나면 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누군가는 징계를 받기도 하며 대부분은 대학 진학을 성실히 준비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온다. 그들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청춘이 아니고 꿈이 없는 것은 아닌만큼 음주는 청춘과 꿈의 필수요소는 아니라고 영화는 말한다.


<어나더 라운드> 스틸 이미지 (출처:IMDB)


영화의 마지막 쏟아지는 샴페인 속에서 춤을 추는 마르틴, ‘메즈 미켈슨’의 춤사위는 ‘조커’의 계단 춤 장면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그가 추는 춤은 사라진 젊음과 꿈에 대한 갈망과 회한이자, 흘러가는 시간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자신과 삶에 대한 행복의 표현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을 통해 술에 취한 동안에만 잠시 행복해지는 꿈과 같은 인생이 아니라, 행복한 인생을 축하하기 위하여 술을 마시는 것이 진정 건강한 인생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사라지는 청춘 그리고 보내줘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뜨거운 안녕. 곁에 남은 사람들과 한잔의 술과 함께한다면 그저 흘러가는 그대로 즐겁고 행복한 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지쳤거나, 술을 사랑한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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