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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Feb 04. 2023

풀리지 않는 인생에서 다시 시작하기

Unsplash의The New York Public Library

내 하얀 노트북은 산지 5년 정도 되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산 노트북인데, 논문은 뒤로 날리고, 글을 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레 노트북을 킨다. 우선 잔잔한 재즈음악을 틀어 놓고, 방 공기를 따뜻하게 덥힌다. 그런데, 어느 날은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고민 없이 종료버튼을 누른 후, 다시 시작하기를 한다.      


삶에서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멀티 태스킹이라는 능력이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그러한 능력이 없다. 전에는 여러 가지 길들을 가보았다. 그 길을 가기 전에는 숱한 고민을 하고, 결정한 것에 후회 없도록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가지 못했다. 처음에는 이 길이 아닌 것 같고, 또 다른 길을 가보면 여기도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자신의 길을 찾아 가느라 헤매고 다니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길에서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 원인을 찾아 내다보면 시간이 또 흐른다. 지난 시간은 되돌 릴 수 없듯이 말이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전에는 그랬다. 노트북에서 인터넷 연결이 안 되면 하나의 현상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종료 버튼을 누루고, 다시 시작한다. 지난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 보단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그 풀리지 않는 문제를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말처럼, 수학 공식처럼 정답이 있다면 좋았을 것이다. 정답 대로 하면 답은 나와 있으니깐 말이다. 또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풀다 보면, 언젠가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기계가 아닌 것처럼, 때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접고,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가는 길이 길인 것이며, 좁은 의미에서는 방황일 지몰라도, 큰 의미에서는 길을 가고 있는 여정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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