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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Feb 12. 2023

미완성인 인생

Unsplash의Aziz Acharki

아침식사를 하던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이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만 편지"란다. 그렇다. 인생은 완전한 것을 향해 노력할 뿐, 완벽한 것이란 없다. 난 자유분방한 성격에, 감정기복이 좀 있다. 그래그런지는 몰라도 혼자서 울고 웃고 잘 논다. 초등학교시절, 박찬호 선수가 등번호 61번을 달며, 메이저리그에서 멋진 경기를 펼쳤다. 마치 내가 박찬호 선수가 된 것처럼 공을 던지고, 누워서도 공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아버지는 마당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관리하셨다. 앵두나무 한그루를 심어 놓고, 그 옆에 작은 화분을 놓았다. 나무에 물을 주었고, 그 해 앵두 열매가 열리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와 나는 앵두열매를 따서 먹기도 하고, 설탕과 함께 음료를 만들어 먹었으며,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보일러가 고장 나면, 공구함을 들고 고치셨고, 춥다고 하면, 문풍지를 사다가 찬바람을 막아주셨다.   

   

아버지는 늘 규칙적으로 생활하셨고, 성실하셨으며, 집안 관리를 하셨다. 언젠가 어린 내게 “넌 정신력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하셨다. 그 이유인 즉, 초등학교가 바로 코앞인데, 늦잠을 잘 때는 5분씩 지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다 정신력이라며 재차 강조하셨지만, 그 버릇이 어디 겠는가. 중, 고등학교 시절에도 높은 언덕을 뛰어다니며 지각할 때가 있었다.     

 

습관은 무섭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가끔 아슬하게 지각하는 습관 덕분에 스릴을 만끽해야만 했다. 내게는 정해진 시간을 지키는 것이 힘들었다. 규칙은 정해진 것을 행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내겐 나를 가둬두는 울타리 같은 것이었다. 또, 직장이라는 조직 생활을 한다는 것은 내게 그리 편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자유분방하고, 혼자서도 잘 노는 나에게 직장생활이란 삭막하고 재미없는 공간일 뿐이었다.

      

그런데 성인 되어서, 사관생도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고, 규칙적으로 생활을 해야만 하는 곳에 들어갔다. 그 공간은 규칙도 아주 세밀하고 정확해야만 했다.  자유롭게 살다가, 그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 한해 한해 삶이 바뀌어갔다. 그곳의 삶은 규칙과 규율을 지켜야만 하는 사막과 같은 공간이었고, 살아남기 위해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로 생활 해야 했으며,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면서 공부를 했었다.


머리가 빠져만 가고, 흰머리는 늘어만 갔다. 웃음 사라진 공간에서 공허한 순간을 경험했는데, 언젠가 동기들은 축구장에서 운동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무거운 책과 함께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또다시  고개를 숙이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난 그렇지 못했다. 적막한 도서관에서 나 자신과 스스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완벽하지도, 공부를 잘하지도 않은 내겐 공부만큼 힘든 것이 없었다.      


결국, 그 공간을 벗어났다. 조금은 부족하고, 잘 나가는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찾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간다. 인생이라는 것은 어쩌면 부족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부족한 사람끼리 서로 채워주고, 사랑하며, 웃고, 울어도 모자란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을 서로가 느끼고 살아간다면, 인생은 완성이며, 그 자체로 행복 것이다.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인생은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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